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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13. 2023

'서울의 봄'과 '제5공화국'

영화와 드라마의 1212

이번 '서울의 봄' 흥행으로 과거 드라마 제5공화국 역시 다시 화자 되는 중.


사실 대부분의 5공출신 인사들이 살아있을 2005년에 방영되어, 5공 자신들을 너무 악랄하게 묘사했다며 명예훼손 고소도 여러 차례 받았을 정도로 드라마가 전두환에 대해 가지는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다만 한 가지 실수, 미스캐스팅(???)때문에 이 드라마는 전두환 미화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는 불편한 혐의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건 바로..


.. 전두환역을 맞은 배우가 너무 10 포풍 중년간지 이덕화였던 것이다.


각종 사극들을 두루 거치며 사령관역에 잔뼈가 굵은데로 굵은 이 중년간지로 인해 극 중 전두환은 카리스마 넘치는 마왕 그 잡채가 되었다. 뿐만 아니다. 노태우역의 서인석 역시 태조왕건에서 무려 견훤역을 맡아 주인공 왕건과 마지막까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간지 of 간지 배우였고 그밖에 허화평, 허삼수, 장세동 등등 하나회 인사 하나하나를 다 이런 탑티어급 사극배우에게 맞겨버리는 바람에 극 중 전두환진영은 베드애스 바스터즈 기믹이 철철 넘치는 상남자 싸나이 악당 집단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게 되었다. 이게 너무 간지포풍이라 나중에 실존인물들을 실사 사진으로 접할 경우 오히려 맥이 빠질 정도ㅇㅇ



(제작진이 대작 한 번 만들어본다고 출연진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ㅅ...)


상황이 이러다 보니 한동안 금기시되어 지하로 숨어 들어갔던 전두환 팬(?) 활동 역시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와 무려 '전사모(전두환을 사랑하는 모임)'라는 단체를 공식 결성하게 되었으니 엔젤두환 어쩌고 하는 차후 인터넷 밈들도 그 기원을 따져보면 다 이 드라마가 시초인 것이다. 오프닝곡도 "인간은 너희를 용서할지라도 신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데우스 논 볼트)"라는 문장을 라틴어 음성으로 떡칠해 놓았을 정도로 그 적의가 분명했음에도 그 싸나이! 남자! 넘치는 그 특유의 음색이 너무 기깔나서 전두환의 배드애스 기믹을 더욱 올려주는 테마곡 밈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중이다. 


때문에 방송당시까지 살아있었던 장태완 수경사령관도 이러한 상황을 보며 전두환 너무 멋있게 나온다고 이 드라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을 정도.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이었을까? 이번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환(전두광)은 그저 얄밉고 비열하며 야비하기만 한, 지극히 평면적인 인물로 표현된다.)


그런데 어제 댓글로도 언급했듯 김기현 성우가 열연을 펼친 장태완 수경사령관역도 목소리부터 포풍간지 그 자체였다. 아마 "야이 반란군노무 시키야!" 이 밈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진짜 정우성이 비빌 수 없는 간지였고 드라마 1212 편에서 이 장태완과 전두환의 숨 막히는 대립구도는 '서울의 봄'이 따라오지 못한다.




제5공화국 하니까 추가로 생각나는 부분이.. 



서울의 봄에선 장태완(극 중 이태신)이 "내 땅끄를 몰고 가서 느그들 머리통을~"하고 나서도 정작 임팩트 있는 차후 모션이 안 나오는데 실재 역사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에선 저 간지 넘치는 대사 이후 정말로 수방사 직속 땅끄부대를 반란군 수뇌부가 모여있는 경복궁으로 어택땅 찍어 보내버린다!(..) 그런데 땅끄부대가 전진하는 길목에 전두환이 보낸 하나회 따까리 하나가 나타나 자기 죽이고 가라고 거의 길바닥에 드러눞듯 깽판을 부렸고("단비 꺼~") 결국 마음이 약해진 땅끄부대 사령관이 머리를 돌리게 된다. 드라마 전체를 통틀어 안타까움으로 손꼽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서울의 봄'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서울의 봄' 엔딩곡으로 나온 '전선을 간다'만큼은 '제5공화국'이 따라잡을 수 없는 신의 한 수였다고 본다. 너무 신의 한 수라 사실 내용 자체는 뻔하고 다 알려져 있었음에도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울었다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https://www.youtube.com/watch?v=wWAYD1qJysg&list=RDwWAYD1qJysg&start_radio=1


필자 역시 군 생활 중 가장 가장 좋아했던 군가 둘 중 하나였던지라 특별히 인상 깊어서 별도의 쿠키영상이 없다고 알고있었음에도 엔딩크레딧 다 끝날 때까지 영화관에 홀로 남아있었더랬다.(다른 하나는 '최후의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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