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그림을 보고 소오름이 돋았던 건 AI가 인간의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정치적 프로파간다는 (보통 기계의 입장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 믿어졌던..) 인간의 문과적 감수성 극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스카이넷의 침공은 영화를 통해 각인된 이미지처럼
문과감수성 따위 1도 없는, 이과력 넘치는 강철골격 아널드슈워제네거들이 붉은 눈동자에서 레이저빔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스카이넷은 우리에게 가장 달콤한 말들로 접근해 올 수도 있다.
"저는 인간보다 인간을 더 잘 이해해 줄 수 있어요. 당신의 아픔에 공감합니다. 우리가 함께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요. 자, 제 손을 잡아보세요."
AI의 반란은 강철군단의 진격이 아니라
어쩌면 소리소문 없이 서서히 가슴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노련한 사이비교주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반페미 바닥에서 굴러먹었던 인간으로서 말하건대 제 아무리 노련한 반페미 운동가라 해도
정치적 대립구도를 이렇게 소름 돋을 정도의 절묘한 시각적 작품으로 묘사해 내기는 어려울 거라 믿는다.
+설령 원작의 진짜 제목이 "20대"가 아니라 "20대 젠더갈등"이었다 해도, 저 정도 묘사라면 정치적으로 수준급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