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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an 04. 2024

'노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약방의 감초

'서울의 봄'과 같은  '전두환물' 장르에서 나름 빠져선 안 되는, 약방 감초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바로 노태우이다. 전두환에 비해 뭔가 나사 한 두 개쯤 더 빠지듯 한 흐리멍덩한 모습으로 '친구'를 쫄래쫄래 쫓아다니면서 "칭구야. 이카믄 되는기가." "칭구야. 우리 칭구 맞제? 내는 마 두화이 니만 믿는다 아이가!" 이러는 모습이 시청자로 하여금 나름 보는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그러다가 나중에 백담사 통수 크리..)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나오는 장르에서, 비슷하게 재미를 선사하는 캐릭터로 필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꼽는다.

물론 캐릭터는 전두환물의 노태우와 완전히 상반된다. 히데요시도 나름 닳고 닳은 여우 같은 놈이지만 이에야스는 그보다도 한 술 더 뜨는 놈이기 때문이다.

그는 매번 "눼에~ 눼에~ 우리 태합즌하 어련하시것어요^~^" "암요 암요 그렇게 해 드려얍죠^~^" 이죽거리고, 이를 보며 히데요시는 "저 X새끼 언젠가 내가 죽인다."이러면서 ㅂㄷㅂㄷ대는데(하지만 결국 먼저 가는 건... ) 이 둘의 티키타카를 지켜보는 게 히데요시물의 쏠쏠한 재미이다.



위의 이미지는 영화 '노량'의 가장 첫 장면. 히데요시의 숨이 끊어져가고 이에 전 후시미성이 침울해하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 혼자만 웃참 실패해서 죽어가는 히데요시를 바라보며 자꾸만 입술이 씰룩씰룩 거리는 모습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등장하는 장면은 이게 전부이고 심지어 대사 한 마디조차 없지만 이 한 장면이 둘의 모든 인간관계와 이에야스 특유의 캐릭터성까지 함축해서 보여주기에 가장 기억에 남았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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