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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an 18. 2024

사내 된 자의 의무

비겁하게 한쪽만 취사선택 하려 하지 마라.

몇 달 전 모 86 아재 타임라인에서 보았던 글이 있었더랬다. 페북 인지도가 곧 사회 인지도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따봉이 천 개 넘게 달린 걸 봐서 글 주인은 제법 먹어주는 X86 인플루언서인 듯했다. 제법 장황한 글이지만 내용을 간추리면..


[요즘 남자 것들은 교육을 잘못받았는지 차암 문제가 많다. 원래 여자와 자식을 위해 내어 주고 양보하고 희생하고 헌신하는 게 남자 됨의 기쁨인데 요즘 사내란 것들은 그걸 몰라서 하나하나 이겨먹으려고나 하고 이러니 세상이 어쩌고 블라블라~~]


.. 사실 페친도 아니고 그냥 모르고 넘어가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은 이 글을, 모 페친이 친절하게 내 태그까지 걸어주어 본의 아니게 보게 된 것이다.





여튼, 페미니즘과 맞서는 전선에서 전통보수주의진영을 그닥 신뢰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저런 거다. 저 86 아재가 4 사분면 전통보수주의 쪽에 있는 사람인지까지는 몰겠으나, 적어도 그 글만큼은 '그쪽'의 관점을 적극 반영하고 있었다. 여성과 가정을 위해 무한 책임과 희생을 강요받으며 본인이 스러져감을 감내하면서도 이를 꿋꿋하게 수행해 내는 것이 남자 됨의 본질이니 어쩌고 저쩌고


누차 반복하는 말이지만 마땅히 여자에게도 같은(?) 요구, "집안에서 부엌일과 삯바느질로 지아비에게 충성, 헌신하는 게 아녀자 된 이들의 마땅한 도리이거늘, 요즘 계집들은 천한 양놈 오랑캐 사상에 물들어 조상 대대로 내려온 법도를 알지 못하니 실로 통탄할 일이다!"를 말할 수 있다면 그 곤조만큼은 인정해 주겠으나


다들 잘 알다시피 '전자'를 언급하는 이 중 '후자'까지 언급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만하다는 게 '그 바닥 그 사상'인간들의 특징이라는 거. 시대의 웃픈 코미디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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