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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07. 2020

생산성 복지와 기본소득

끝없는 달리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시장 속에서의 끝없는 상호 경쟁은 마치 끝이 없는 달리기와도 같다. 달리기 속에서 무엇인가가 생산되고 때문에 더 잘 달리는 사람 중심으로 재화와 서비스가 분배되도록 정해진 시스템 내에서, 모든 이들은 나름의 재화와 서비스를 부여받기 위해 끝없이 달리는 것이다. 여기서 뒤쳐지면 재화의 배분에서도 밀려날 것이고 결국 굶어 죽게 된다. 그리고 순수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이 '낙오자들의 몰락'을 그냥 방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것이 바로 그들이 생각하는 공정한 경쟁, 공정한 승패일 것이다.)  


생산성 복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 달리기에서 낙오한 이들에게 적절한 휴식과 재화, 훈련과 도움을 제공하여 이들이 다시 레이스에 참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순수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바라는 바와는 조금 다르지만 낙오자에게 도움을 주어 완전 몰락이 아닌, "끝없이 땀 흘리며 뜀으로써 무엇인가를 생산해 내고, 그렇게 전체 사회의 생산 증대에 기여하게 되는 바람직한 삶"을 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가능한 낙오자 없이 모든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여기서 '생산성'복지가 가장 중요시하는 인간 삶에 대한 철학이 나온다. "끝없이 땀 흘리고 일하며 사회 속에서 무언가를 헌신하는 삶" 생산성 복지를 말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삶이 모든 이들에게 끝없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언제까지? 늙어 죽을 때까지.

(참고로 자유시장주의자들이 생각하는 인간 삶에 대한 철학은 끝없는 경쟁 같은 게 아니고 그냥 '강제되지 않는 선택'이다.)


물론 생산성 복지라고 해서 여가와 휴식을 무작정 적대시하는 것은 아니다만 또한 그것을 절대 인간 삶의 궁극적 목표로 여기지도 않는다. 여가와 휴식은 적절하게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땀 흘림'을 위한 보조적 수단이 될 뿐이다. 명백하게 '땀 흘림'이 목적이며, '휴식'은 수단이다. 



기본소득류의 복지가 생산성 복지와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어디 한두 가지가 아니겠건만, 가장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지점이 바로 이 "인간 삶에 대한 관점" 아닐까 한다. 이를테면, 나와 같은 기본소득 주의자는 삶에 대해 생산성 복지론자들과는 전혀 상관된 관점을 가진다. 간단하게, 우리에겐 '여가와 휴식'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다. '땀 흘림'은 어디까지나 이 궁극적인 휴식을 위한 보조적 수단일 뿐. 

인간의 삶을 바라봄에 있어서 우리와 생산성 복지론자들은 목적과 수단을 완전 반대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충분한 경제적, 구조적 여유가 갖추어짐을 전제 하에) 사람이 배부르고 할 짓이 없어 엉덩이나 벅벅 긁으며 대낮까지 나태를 부리는 모습을 결코 죄악시 여기지 않는다. 리모컨이 왜 만들어졌는가? 자동차가 왜 만들어졌는가? 모두 인간으로 하여금 덜 움직이고 더 게을리 지게 하기 위해 발명된 것들이 아니던가? 인간의 게을러짐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태초부터 존재했던 인류의 궁극적인 이상인 것이다! 


물론 기본소득형 복지가 정말 사회의 생산성 증대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기본소득형 복지를 통해 하위계층에 많은 돈이 돌면 필연적으로 소비가 진작이 되고 이에 관련된 많은 산업들이 부흥할 수도 있을 것이다.(전남 or 경북과 같은 몰락 위기 지방에 지역 기본소득을 실시한다면 지역경기 활성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한데, 설령 사회의 생산성 증대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분명 보조적인 성취일 뿐 절대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 땀 흘리며 달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궁극적인 휴식을 위한 수단일 뿐,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선 아니 된다는 것이다. 



+"넘치는 여유 속에서의 게으름"을 궁극적인 삶의 목표로 두는 것은 죄악인가?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미래사회에서도 게으름은 여전히 죄악이어야 하는가? 인간은 땀 흘리기 위해서 살아가는가? 언제까지 그러해야 하는가? 배틀크루져가 날아다니고 화성에 식민지를 개척할 때까지? 인간은 대체 언제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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