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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 약해서 뭉쳐야 한다!"

내로남불의 시작

by 박세환

오늘날 범 세계적으로 보이는 진보진영의 비일관성,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끝없는 내로남불들에 대해선 이미 누차 지적해 온 바 있다.(ex : 이슬람 이론가와 동성애 운동가가 '같은' 진보? 응보 중심의 엄한 처벌은 비 인륜적이지만 '여성'을 가해한 성 범죄자는 일벌백계? etc)


'진보'들의 언행은 매번 (그 진영 안에서) 어긋나고 뒤집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진보인들의 '어제와 다른 오늘'을 애써 문제 삼지 않고, 주류 진보의 흐름이라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절대적으로 따르려 하는 이들 역시도 존재한다.(이들이 존재하니까 세력으로서의 '진보진영'이 여전히 건제한 것이겠지.)


보통 "무엇이 궁극적인 선인가?"에 관심이 없이 그저 자신을 쿨하고 힙한 진보 전사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이념 패셔니스트들이 이 부류에 속하지만 이보다 조금 더 골치 아픈 부류 역시 상당수 존재하는데 바로 '진보 피해 망상가들'이다. 이름 그대로, 이들은 세력으로서의 진보진영이 너무나 연약해서 보수우파진영으로부터 항상 핍박받고 있으며, 이를 막아내고 진보진영을 보존하기 위해선 '진보'에 아무리 큰 허물이 있다 하더라도 거의 척추 반사로 실드를 쳐 주어야 한다 생각한다.


이들은

16년 레디컬 페미니즘 조류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인지했음에도 그리고

19년 조국 임명 강행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음에도

그것이 단지 '같은 진보'이기 때문에 실드를 쳐 주어야만 했다고 제법 당당하게 말하곤 한다.


우리 진보는 항상 약자니까(소위 말하는 '보수우파에게 기울어진 운동장'). 좀 틀리고 좀 나빠도 지지자들은 매번 실드를 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약한 진보가 완전 몰살당해서 사악한 보수우익들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불행히도 이들은 자신들의 그러한 태도가 진보진영의 정상적인 자정작용을 방해하고, 면역력을 악화시켜 오히려 더 빨리 병들게 한다는 것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는 것 같다.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적 실드를 날려대는 자신들의 모습이 진보 외각의 더 많은 이들을 질리고 지치게 만들어 왔다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나치게 충성스러운 친위 지지세력을 보유했음이 박근혜 정권의 강점이자 궁극적 약점이기도 했다는 것에 대해선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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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진중권 교수를 비난한다. 메갈을 옹호한 흑역사가 있으며, 보통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생각대로만 이야기한다고 한다. 인성까지 나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사람에 대해 여전히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최소한 이 사람은 같은 진보란 이유만으로 내로남불 실드를 전개하는 사람은 아니며, 자기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대상이 무엇이고 상대가 누구이건 간에 일단 손가락질부터 밖고보는 화끈한 사람이기도 하다. 난 이런 화끈한 진정성이 여전히 칭찬받을 만하다고 본다.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진보'의 너무나 많은 이들이 이런 '진정성'으로부터 멀어져 버렸기 때문에.


+사라진 진정성의 빈자리엔 신념을 가장한 정치공학과 비열한 내로남불만이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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