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담론을 물리치려면

상대의 언어로 파고들기

by 박세환

옛 중동에 누구보다도 훌륭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자가 있었다. 이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이해하는 정도는 실로 위대해서 어느 누구도 이를 따라갈 수 없었다고 하며, 아리스토텔레스를 알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그의 지적 성취에 의존해야만 했다.


그러나 정작 그 학자 자신은 아리스토텔레스 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투철한 무슬림이었고, 그가 아리스토텔레스를 그렇게 철저하게 공부하고 이해한 이유는 이를 수용하고 받아들이기 위함이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성주의를 논파해서 인간은 신(알라) 앞에 별 볼일 없는 존재에 불구함을 입증해 보이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성취를 부수기 위해서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만 했던 것이다.


나는 논쟁을 할 때 애써 상대의 언어를 나의 언어에 맞추려고 노력("내가 왜 빨갱이냐?" "XX주의의 언어 정의를 똑바로 해라!") 하지 않는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체계로 들어가서("응 나 빨갱이 맞아^^. 근데 빨갱이 좀 하면 안 돼?^오^" "응 나 대안 우파 맞아^^. 근데 그러면 안 되냐?") 그의 언어 문법을 고대로 활용해서 상대를 논파하려고 한다. 왜냐면 그게 가장 효과가 좋으니까.("니 말대로 하면 XX는 나쁘다는 의미인데 그런 식이라면 ㅇㅇ도 나쁘다고 해야겠네? 네 말이 그거 아냐?^오^")


상대의 문법을 나의 문법에 맞출 것을 강요하면 설령 뚝배기를 깬다 해도 전향 효과가 크지 않다. 상대방은 그저 "말렸다."라고 생각할 뿐이니까.


결론 : 자유 쟁이를 부수고 싶다면 좌파의 상투적인 문법이 아닌 자유 쟁이의 문법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대안 우파를 설득하려면 대안 우파의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스페인어를 알아야 스페인 사람이랑 논쟁을 하지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한국말로 실컷 씨부리다 내가 이겼다고 정신 승리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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