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정의로움

"왜 사람들은 더 이상 '진보'를 정의라고 여기지 않는 거지?"

by 박세환

늘 하는 이야기지만, 진보 약세와 그 틈을 파고드는 대안 우파의 득세는 범 세계적인 현상이며 어제오늘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리고 많은 '진보'들은 한탄한다.


"왜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진보'를 선(善)으로, 정의(正義)로 여기지 않는 걸까?"


정의롭다고 여겨지기 위해선 충족해야 하는 필수조건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일관성'이다.

당신은 빨간색 옷을 입는 것이 옳다고, 혹은 그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둘 중 어느 쪽을 지지하건 옳은 사람으로 여겨지고자 한다면, 당신은 최소한 당신의 잣대를 모두에게 동일 적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간단하게, "빨간색 옷을 입는 것이 나쁘다."라고 주장하기로 했으면 빨간색 옷을 입은 이는 적이건 아군이건 다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빨간색 옷을 입으면 안 된다."라고 주장하기로 했는데, 적이 빨간색 옷을 입을 때만 비판하고 아군 중 빨간색 옷을 입는 이에 대해선 유야무야 넘어가려 한다면, "빨간색 옷을 입는 것이 정말 나쁜가?"라는 의문과는 별개로 그 사람은 정의롭거나 의롭게 여겨질 수 없을 것이다. 평가 잣대의 적용이 대상에 따라 일관되지 못함은 진정성 결핍의 증거이며, 진정성이 없는 정의로움이란 애초부터 성립할 수 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그저 네 편 내 편 스포츠 경기식 승패에나 목숨 거는 하찮은 진영논리 사기꾼일 뿐.


이미 반세기 전, 동성애 운동가에서 독실한 무슬림까지 모두 '같은 진보'로 묶으려 했을 때부터 '진보'가 일관성 따위 개나 줬다는 건 의심할 여지도 없지만, 그때부터 존재했던 모순들은 오늘날 더욱 거칠게 드러나는 중이다.




이제 사람들은 'LGBT포용'이라는 진보의 대의를 거스른 숙대의 자칭 페미니스트들에 대해 진보가 엄정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다리고 있다. 마치 공동의 적 '똥냄져 한남충'을 때려댔을 때처럼 말이지!

물론 그들은 (어쩌면 늘 해왔던 대로) "N개의 페미니즘" 운운하며 안티 트랜스젠더 기조를 애써 포기하지 않으려는 TERF들을 다시 포용하려 들 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될 경우엔 어째서 '똥냄져 한남충'은 그 자비로운 포용의 범주에 들 수 없는지 궁금해하는, 무수한 '불편한' 질문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그저 합심해서 '냄져'만 죽어라고 패면 그게 늬들이 말하는 페미니즘?")


아니, '약자'가 그렇게 중요하다메?


자,

북한 인권을 궁금해했고

조국을 궁금해했으며

홍콩을 물어보던 사람들이

이젠 '숙명여대'를 질문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진보'가 이 민감한 질문에 답변하지 못한 채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인다면, 엊그제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동지들을 비판할 수 없어 또다시 모래밭에 고개를 처 묻으려 한다면, 이제 어느 누구도 진보를 정의라 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신념도 없고 지조도 없이 진영논리에 찌들어 네 편 내 편 스포츠 경기식 승패에나 환호하는 하찮은 똥깨 새끼임."을 스스로 입증해 보인 것이다.


+아니 왜 애꿎은 교육당국을 욕해ㅋㅋㅋ '교육당국'에서 입학 금지시켰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 말이 없으면 이제 손에 든 스피커를 내려놓고 그 높은 자리에서 내려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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