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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Jun 13. 2024

진보좌파에 대한 호소

지킬 수 없는 자유주의 공수표는 그만 남발해야 한다.

진보좌파들은 예수 부처가 아닙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건 부정적인 의미에서건.

진보좌파는 신이 아니라서 세상 모두를 다 포용하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습니다. 

진보좌파는 끝없이 세상의 선과 악을 나누고, 악으로 분류된 이들을 지탄하고 비난하고 공격합니다.

냉전기 구좌파 쏘오련식 공산당 시절에도 그들은 '그러했'고

오늘날 신좌파 페미피씨 시대에도 그들은 '그러합'니다.




진보좌파가 나름의 기준으로 선악을 나누고 악을 공격한다는 자체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어쩌면 정치세력으로써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거구요.

진짜 중요한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프로파간다들을 통해 민주진보 자신들이 마치 예수 부처인 것처럼, 세상의 모든 별의별 이들을 다 포용해 줄 수 있는 거대한 모성(母性)인 것처럼 스스로를 정체화해 왔다는 것에 있습니다. 당연히 모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진보좌파를 향한 오랜 대중적 반감과 혐오는 거의 대부분이 바로 그 모순으로부터 나온 겁니다.




진보좌파는 거짓말을 그만해야만 합니다.

진보좌파는 자유주의 상대주의가 아니며, 그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젠, 페미 피씨는 둘째 치더라도

진보좌파가 마치 세상 모든 것을 다 포용할 수 있는 거대하고 따뜻한 모성(母性)인 양 대중을 상대로 사기 치는 관습부터 끊어 내야만 합니다. 이게 되지 않으면 세계의 진보좌파진영은 영원히 개혁될 수 없을 겁니다.

좌파는 예수 부처가 아님을, 세상의 모든 별의별 이들을 다 포용해 줄 수 있는 거대한 모성(母性) 일 수 없다는 진리(?)를 인정하지 않고선, 이 거대한 대안우파의 시대 속에서 진보좌파는 더 이상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스스로 주장한 자유주의 문법들로부터 자기 발목을 잡히게 됩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필자는 좌파로써 스스로를 "모든 걸 다 포용해 주는 거대한 모성(母性)"으로 광고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필자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끝없이 나눌 것이며, 그 기준하에 그름으로 분류된 이들을 비판 비난할 것입니다. 

자유주의 상대주의적 가치에 대한 존중은 그저 현행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거부하는 반란을 시도하진 않겠다 정도의 약속이면 됩니다. 딱 그 정도면 족합니다ㅇㅇ


그런 의미에서 페미피씨의 잘못 역시 "모든 걸 다 포용하는 거대한 모성(母性), 상대주의를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없으며, 그저 그들이 가진 선악구분의 기준이 현대사회에 별로 유효하지 않았기 때문 정도에 머물 것입니다.

물론 스스로 "모든 걸 다 포용해 주는 거대한 모성(母性)"을 자부했으면서 실재 현실정치의 무대에서 그럴 수 없었음에 대한 내로남불 이율배반당연히 디폴트로 까이고 들어가는 마땅하고ㅇㅇ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으니까.


+누차 반복해 온 말이지만, 진보좌파는 그 구성원들부터가 정서적 층위에서 그렇게 '포용적인' 사람들이 아닙니다.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거품 물고 발작 하면서 문을 닫아버리는 폐쇄적인 정서의 소유자들입니다. 그렇기에, 옳고 그르고를 떠나 더 이상 지켜낼 수 없는 '자유주의적인' 약속은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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