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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의로운 사람이어야만 한다."

자체적인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한 인정 욕구의 비극

by 박세환

스스로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정치사회의 장으로 나오는 이들이 아닌,

무언가 자신을 "정의롭고 힙한 투사"로 인정받고 싶어서 정치사회의 장으로 나오는 이들은

반드시 "남이 만들어 둔 주류적 문제의식"을 끼고 들어갈 수밖엔 없다.(인정 욕구는 있으나 자체적인 문제의식은 없으니까)


보편적인 주류 패러다임 하에서 막연하게 선하다고 여겨지는 입장으로 편을 정하고

그 패러다임에 저항하는 이들에게 창 끝을 들이댄다.


스스로의 문제의식이 아닌, 멋있고 힙하게 여겨지고픈 인정 욕구를 기반해서 정치사회의 장으로 나오는 이들이 위험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들은 "반대하는 자"들이 대체 왜 반대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하며,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들의 머릿속엔 오직 "이 정도면 내가 되게 힙하고 멋진 투사로 여겨지겠지?"라는 생각뿐이니까.


그들은 항상 자신이 소외된 약자들 입장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 하지만(그렇게 여겨지고파 하지만), 정말로 그러했던 적은 얼마 없다.

스스로의 문제의식이 없는 이들은 반드시 주류 매스컴에 의해 막연하게 "멋지다."라고 여겨지는 이들에게로 가 편을 정할 수밖에 없는데, 스피커로부터 배제된 '진짜 약자'라면 절대 주류 매스컴으로부터 예쁘거나 멋지게 묘사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제 현장 사람들의 심정을 모르면서 매스컴에 의해 주입된 피상적인 문제의식으로 싸우며, 결과적으로 상황을 더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매스컴은 보통 권력자들의 시각을 반영하지 밑바닥 '실제' 현장인들의 시각을 반영하진 않는다.)


+예전 시리아 난민 운동가 A 모 씨가 대강 이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시리아인들을 돕겠답시고 나름의 관점으로 시리아로 들어와 특정 군벌에 소속되어 싸우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진짜 시리아인들을 돕고자 했다면 최소한 총을 잡겠다고 시리아로 들어오지는 말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를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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