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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란 사태에서 미국을 지지할 수 없는 이유

최소한의 예의도 상실한 막무가내식 외교

by 박세환

커셈 술레이마니가 정말 용납 불가할 정도로 음험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면 차라리 그를 납치해서 국제법정에 전범으로 세우는 것이 옳았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지. 죽였는데 "왜 죽였는가?" "왜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는가?"에 대해 아무런, 납득할 만한 설명 못 내놓고 있지.

그저 "카셈이 음험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여서 재앙 예방차원으로 죽였다."


… 이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나?

그저 음험해 보인다고, 나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상대국의 대장군을 경고도 없이 맘대로 죽여버리나?


정말 정치공학적으로 들어가자면, 정히 안 되겠으면 미국의 능력으로 '암살'을 생각해 볼 수도 있었으리라. 근데 그렇게 안 했지. 대놓고 "나 미국이 미국의 이름으로 일부러 죽였다! 우리 미국은 깡패다! 어쩔래?"라고 과시해버렸지.

이런 상황에 이란 정부 입장에서 어떻게 반격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만약 입 다물고 넘어가 버린다면 자국민들 앞에서 체면이 뭐가 되지?


대체 이 사태에서 미국을 무슨 명분으로 지지하나? 아무리 미국이 좋고 이슬람이 싫다지만 아닌 건 아니라 말해야지.

지 맘에 안 든다고 별 다른 범죄 입증 근거도 제시 못하면서 상대국 대장군을 멋대로 때려죽여버렸는데 이걸 물고 빠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통진당식 무조건 반미주의의 거울 쌍을 보는 듯해서 더욱 슬프다.

미국이면 하고 싶은데로 다 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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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나아가 이야기해 보자면

미국과 서방국들의 대이란 전략 기본은 정부를 적대하면서 민중을 지원하여 반정부 분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정권교체를 시도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미국은 절대 이란 '민중'을 적대해선 안된다.


실재 이번 대이란 제제가 효과적으로 먹혀 들어가 이란 민중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정부를 상대로 들고일어나게 만드는 것까지 성공했었지.(물론 그 민중들을 친미라고까진 할 수는 없겠지만.)


근데 이제 와서 왜 커셈을 죽여버리느냐 이거야! 이렇게 되면 이란 정부는 반기를 진압할 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조차 반정부 시위를 하는 너희들은 모두 미국에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반동분자(?) 빨갱이(?) 새끼 들인 거지?") 이란인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정부를 중심으로 결집할 수밖에 없겠지.


미국의 국익을 위했다기보단 트럼프 정부의 지지율 결집을 더 바랬다고밖엔 생각되지 않는다.

곪아 썩어버린 신좌파 지배계급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는 측면에서 한 번쯤 대안 우파 대통령도 나쁘지 않을 수 있겠다 기대해 보았는데 쿠르드 철군부터 해서 역시나 세상을 다 말아 잡숫는구나….


+아니, 해도 해도 너무 제멋대로다. 하다못해 핵 합의를 먼저 일방적으로 파기한 건 미국이었고 최소한 이란은 북한보단 훨씬 신사적이었다! 자기 말 안 듣는다고 고모부를 고사포로 때려죽인 누군가가 떠 오른다.

"자기 맘에 안 든다고 해서 사람을 때려죽여선 안된다."라는 건 모든 문명 공통의 기본 윤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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