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득 본 게 대체 뭐가 있지?
일전 계엄이 선포되었을 때, 그 연설에는 '그 짝 정치진영'의 세계관, 그들이 중시해 온 가치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간단하게, 종! 북! 좌! 빨! 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설 어느 구석에서도 반페미 반피씨 같은 건 들어있지 않았다.
정치 전략적 층위에서 보자면 이는 상당 부분 다행한 일이다. 만약 그런 미친 짓을 저질렀는데 거기에 반페미라는 명분을 부여했었다면, 이 땅의 반페미 운동은 정말로 끝장이 났을 것이다. 지금 탄핵운동에 올라탄 페미니스트들은 이번 계엄 난동을 어떻게 해서건 반페미와 엮으려 안달복달 중이긴 한데, 공식적으로 윤석열 패거리가 이를 언급한 바는 없기에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반페미의 목숨줄이 완전히 끊어지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대 인간으로서, 심정적으로는 괘씸하기 짝이 없다. '저들'은 '여성가족부 폐지' 이 일곱 글자를 통해 젊은 남성들의 표를 빨아먹으며 집권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 일곱 글자에 반한 많은 반페미들이 산업화 보수진영으로 투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집권 후엔 반페미 쪽으로는 1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며, 저들이 가장 중시해 온 가치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계엄 연설 중에서도 반페미 관련 문구는 1도 들어가지 않았다. 정말이지 저들에게 반페미는 아웃오브안중. 최후의 순간까지 단 1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 하지만, 그간 많은 반페미인들이 '산업화 박정희 할아버지들'과의 연대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말이지. 그리고 게 중 많은 이들이 실제로 그들과 연대활동을 했다. 광화문에서 태극기랑... 그 말도 안 되는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 따위를 쑤셔 박고서 우스꽝스럽고 역겨운 광대놀음 염병질에 동참을 해 주었더랬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반페미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래서, 그 역겨운 광대놀음에 동참해 주면서 지금까지 당신들은 뭘 받아냈냐고. '산업화 박정희 할아버지들'에게 대체 뭘 얻어냈냐고.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명분으로 그 '산업화 박정희 할아버지들'이랑 연대하러 떠난 여러분들 덕분에 지금 젊은 남성들까지 어쭙잖게 '계엄난동 한패거리'로 싸잡혀 같이 두들겨 맞고 있는 X 같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애달복달 지X염병들을 떨어가며 간신히 한 점 한 점 쌓아 올렸던 반페미 영향력 사회적 발언권 전부 송두리째 날려먹고 다시 초기화 백지장으로 롤백당했는데 대체 반페미 젊은 남성들이 저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낸 건 뭐가 있지? 난 이제 이 부분에 대해 '산업화 보수 연대자들' 당신들이 해명을 내어 놓아야 한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당신들의 활동에 대한 냉엄한 손익계산서를 받아 들고, 여러분들의 선택 결과를 엄중히 평가받을 때가 되었다.
혹자가 계엄난동을 평가하며 우익우파의 입장에서 말했다.
"어려워 보이지만 1:0으로 이기고 있었고 잘하면 2:0까지도 노려볼 수 있던 상황에 갑자기 빡쳐서 심판을 두들겨 팸으로써 판을 엎질러버린 상황"
계엄이 터지기 전까지, 우익우파들 입장에서 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민주진보가 의석수로 깡패짓을 한다 해도 주요 인사 둘(이재명, 조국)이 사법리스크로 발이 묶여있던 상황이기에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보면 느그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화 박정희 할아버지들'은 판을 엎어버렸다. 이는 필자가 전에도 언급했듯 상황판단능력의 정신병적 결핍이 아니고서야 도무지 납득을 할 수 없는 행보이다.
어쭙잖게 여기에 한 다리 엮였다고 지금 정신없이 두들겨 맞고 있는 반페미 역시도 상황이 좋았다. 계엄 직전까지만 해도 동덕여대 사태로 페미니즘의 주가는 정신없이 곤두박질을 치고 있었다. 페미 진영에선 어렵사리 내부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었고 어떤 식으로 건 반페미에게 썩 유리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게 용산의 한 정신병자와 '산업화 박정희쟁이들'이 일으킨 난동으로 뒤집혀 버렸다.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산업화 박정희쟁이들'은 상황판단능력, 판세 분석 능력이 거의 정신병 수준으로 저조하다. 금치산자 정신박약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가치관의 차이를 도덕 윤리적 층위에서 진지하게 논할 필요조차 없다. 병적인 수준의 현실감각 상실. 정치사회의 전장에서 이보다 더 한 악덕이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이런 자들이랑 어떻게 함께하지? 이런 이들인데, 앞으로는 이런 미친 짓을 반복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있나? 반페미 하려는 신념도 의지도 없이 젊은 남성들을 그저 거수기로 이용만 해 먹고, 주기적으로 미친 발작 도박 노름질로 힘겹게 쌓아놓은 재산을 착실히 날려먹는 이런 자들과 함께해서 반페미가 대체 무슨 이득을 볼 수 있지?
이 미친 사태가 터진 이래 공이들의 많은 일들이 꼬여버렸고, 그것들을 추스르며 한동안 깊은 우울증으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밥도 잘 못 먹었다.
지금은 좀 나아져서 밥도 먹고 하지만 아직도 자리에 누우면 한 번씩 '용산의 정신병 난동에 젊은 남성들이 싸 잡혀서 그렇게 날려먹은 재산들(?)' 생각이 떠 오르고, 그러면 속이 뒤틀려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마속' 했으면 좋겠다. '마속'짓을 했으니 '마속'엔딩이 있었으면 좋겠다. 주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