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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와이 May 03. 2021

Cafe con leche, por favor

스페인의 아침식사 Desayuno


* 스페인이란 나라는 지역별 지방색이 무척이나 강하며, 각 지방에서 쓰는 언어가 다를 수도 있고 풍속이 무척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제 글은 오롯이 제 경험에서 비롯한, Madrid 중심의 Catalana 지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에 한계가 있음을 이해해 주세요. *


내가 롯*월드에 처음 가본 것이 아마 초등.. 아니 국민학교 고학년 때였던가.

아마도 그곳에서 ‘그것’을 처음 보았겠지?


손가락처럼 가늘지만

손 두 뼘은 넘게 기다랗고

단면은 별 모양

시장에서 파는 꽈배기나 찹쌀 도나스처럼 기름에 설탕 범벅,

으른의 맛으로만 알고 있던 계피향(그것이 '시나몬 파우더'라는 것은 한참 뒤에나 알게 되었다...) 솔솔,

향긋한 냄새와 특이한 모양

그냥 가게 앞을 지나치기 힘들었던,


츄러스!!


츄로(단수는 churro 로서 복수형인 churros가 우리나라에서 고유명사로 굳어진 듯하다)는 그야말로 스페인의 대표 음식으로,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스페인 음식은 뭐가 떠오르세요?" 하면 많이들 떠올리는 음식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츄러스가 간식 또는 디저트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스페인 현지에서의 츄러스가 대표적인 ‘아침식사’ 라는 것은 처음 스페인 생활을 하며 놀랐던 점 중 하나이다.


아니, 그 기름지고 단 음식을 간식이 아닌 '밥'으로 먹는다고?


Desayuno(데사유노)

스페인어로 아침식사인 desayuno는 빵집에서도, 동네 어귀의 작은 바에서도, 혹은 츄러스를 대표 메뉴로 파는 Churreria(츄레리아) 혹은 Chocolateria(쇼콜라떼리아)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Churreria의 풍경. 우리나라의 분식집 같은 개념이다. 갓 튀긴 따끈한 츄러스를 먹을 수 있는 시간은 가게마다 정해져 있어서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Desayuno는 대부분 세트 메뉴로 판매되는데, 먹을거리 한 가지와 마실 거리 한 가지를 골라 주문하면 된다.


대표적 먹을거리로는,


- churro (추로) : 1인분으로 보통 4개가 나온다

- borra (뽀라) : 추로보다 통통한 빵 모양의 음식. 보통 2개.

왼쪽 접시에 있는 말발굽 모양의 것이 Churros, 오른쪽 접시의 통통한 빵 같은 것이  Borra. 왼쪽 잔에 담긴게 진~한 쇼콜라떼. 여기에 츄로나 뽀라를 푹 담가 먹는다.


- bolleria (보예리아) : 도넛

- tostada (또스따다) : 토스트. 식빵보단 스페인식 바게뜨인 barra(바라)가 구워져서 나온다. mermelada잼)이나 mantequilla(만떼끼야, 버터), 혹은 tortilla(또르띠야, 스페인식 계란 오믈렛으로 감자나 양파, 하몽을 다져 넣고 두껍게 찌듯이 구워내는 요리) 나 jamon(하몽)을 곁들여 먹는다.

갓성비 IKEA의 desayuno. 2유로면 먹을 수 있는 Serrano

- pan con tomate (빤 꼰 또마테) : 구워진 빵과 함께 갈아진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이 함께 나온다. 바삭한 빵에 올리브 오일을 듬뿍 끼 얻고 갈아진 토마토를 올린 후 소금을 살살 쳐서 먹는다. 재료의 신선함으로만 승부하는 그야말로 스페인스러운 맛있는 메뉴!

다양한 pan con tomate들. 올리브유를 치고, 간 토마토를 올린 후 소금을 취향껏 친다. 난 여기에 식초도 약간!


이와 곁들일 마실 거리로는,


- cafe(까뻬) : 커피. 들어가는 우유의 양에 따라 solo(솔로), cortado(꼬르따도), con leche(꼰 레쩨, 카페 라테와 같은 것)로 나누어지고 우유의 뜨거운 정도(caliente/frío)를 선택할 수 있다.

왼쪽이 cafe solo, 오른쪽이 cortado. cafe solo에 우유를 약간 부어준다. 커피는 찐득해 보일 정도로 진한데, 여기에 azúcar(설탕)을 넣고 샷!
cafe con leche, 보통 유리잔에 담아주는게 특징.

- zumo(쑤모) : 오렌지가 유명한 나라답게 갓 짜낸 오렌지 주스를 어디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주문하면 가게의 오렌지 착즙 기계에서 짜낸 100% 오렌지 쥬스를 마실 수 있다.


이 중 한 가지씩을 골라 주문하면 평범한 desayuno 세트가 되는데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 기준으로 생각하면, 적어도 5천 원 정도 들지 않을까 싶은 desayuno는 놀랍게도 1.5-2.5유로로 즐길 수 있다는...!


커피 한잔과 함께 아침을 즐기며 사람들과 만나 한참 수다를 떠는 모습은 이 곳의 너무나 평범한 아침 모습이다.


다시 츄로 얘기로 돌아가자면,

츄로는 desayuno(아침식사)이기도 하고 merienda(스낵) 이기도 하고 postre(디저트)이기도 한 국민 음식이다. (혹자는 해장으로도 먹는다고 ㅎㅎ)


뜨신 김을 풍기며 갓 나온 츄로는 그냥 먹으면 단 기운이 전혀 없는 튀김 빵이다. 이것을 찐득하게 끓여진 chocolate에 찍어먹거나 설탕을 뿌려 먹는데, 우리나라의 정서(?) 상으론 초코를 하나 사고, 츄로는 인당 맞춰서 사서 같이 먹을 텐데, 여긴 부모가 작은 아이들에게도 인당 하나의 초콜릿을 시켜주곤 한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유명한 츄로 집으로는 아마도 mayor 광장 근처에 위치한 san ginés(산 히네스)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 이전에는 참을성을 가지고 입장을 기다려야 했던 명소였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손님들이 눈이 띄게 줄어든 듯하다. 나 역시 이전엔 기다려서 먹을 엄두를 못 내다 최근 처음 가보게 되었다. 청록색으로 인테리어 되어 있는 이 곳에서 역시나 1인 1 쵸코 하고 있는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왼쪽이 가장 유명한 츄로 가게 San Ginés, 오른쪽이 Valor.

하지만 내가 산 히네스보다 조금 더 애정 하는 churerria가 있는데 Valor(발로르)라고 하는 곳이다.


벨기에에 Godiva, 스위스에 Lindt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Valor 초콜릿이 있다. 스위스 초콜릿처럼 고급스럽고 부드럽진 않지만, 단맛이 적고 쌉쌀한 느낌이 드는 Valor 초콜릿으로 끓인 taza de chocolate와 츄로와 뽀라의 중간 정도 굵기의 바삭한 츄로를 푹 담가 먹노라면...


말 그대로 행복.


2019년 6월 19일의 기억. 마드리드에 온지 2주 정도 지난 그 때, 용감히 지하철을 타고 Sol광장으로 가서 우연히 Valor를 지나치다 들어가 첫 진짜 현지 츄로를 만났다.

맛있는 음식엔 두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 진짜 ‘맛’이 있는 음식과 주관적인 ‘기억의 맛’이 있는 음식.


마드리드의 츄로든, 한국의 놀이동산의 츄로스든 객관적인 ‘맛’의 관점으로 보자면 ‘실제론’ 별거 없을 수도 있다. 그냥 튀긴 빵을 쵸코를 찍어 먹는 거 별거 없네!


하지만 그 음식에 기억이 덧입혀질 때, 기억나고 먹고 싶은 그 어떤 음식이 되는 것이다.


내게 있어서 츄러스는 앞으로 평생 간간히 기억될 그런 음식이 될 것 같다.


그라나다에서의 추억이 되기도,

코로나 와중에 더욱 진하게 느낀 달콤함이기도,

무엇보다 좋은 지인들과 나누던 오전 시간의 행복이 되기도.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츄러스 집 중 하나였던, Granada의 Churreria  Alhambra. 2019년 12월의 기억.
2020년 5월의 기억. 코로나로 인한 엄격한 이동제한이 있을 당시, 어느 날 아침 산책 시간(정해진 시간이 있었음)에 남편이 사다준 동네 츄로는 내겐 잊지 못할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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