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내려온다는 것은 무엇일까.

직장생활 7년 차 대리가 바라보는 퇴직의 모습

by 르미
오늘이다.

아버지의 퇴직날이자 마지막 출근날이 드디어 오늘이다. 35여 년간 교단에 서셨던 아버지는 지금 무슨 생각이실까. 아침에 마지막 출근길이 외로울까 전화를 드렸는데 처음으로 약간은 서운하다고 하시면서 애써 밝게 웃어 보이셨다. 오전 근무만 하고 영원히 퇴근이라니. 조금은 부러우면서도 마음이 애잔하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 전의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 꽉 채우고 내려오는 아버지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든다.


힘든 일,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외지에서 일하면서까지 점수를 쌓아 교감을 넘어 교장까지 승진한 아버지가 나는 가끔 못마땅했다. 그냥 선생님으로서 지내지 괜히 머리 아프고, 신경 쓸 것 많고, 여러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며 왜 교장까지 승진을 해야만 했는지 아버지의 선택이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수십 년을 달려 오늘, 내일부터 새로 부임할 교장 선생님을 위해 본인의 짐을 박스에 다 챙겨 마지막 텅 빈 교장실을 돌아보고 문을 닫았을 아버지가, 나는 너무나 보고 싶다.


아버지를 보며 인생에서 어떻게 하면 잘 내려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들 올라가는 것보다 어떻게 내려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는 하지만 나는 올라가기에도 급급하기에 내려오는 것에 대해 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무대 위는 늘 화려하고 밝지만 내려오는 계단부터는 어두워져 완전히 내려오면 어둠 속에 갇히게 된다. 이렇게 내려왔을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 지인들? 건강? 사회적 지위? 인맥?


소위 우리가 말하는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퇴직 후의 삶에선 무엇이 중요할까. 나라면 건강과 나 자신을 택할 것 같다. 평생 달려오며 가족과 주변 지인들을 위해 본인을 희생하며 살았다면 이제는 정말 본인이 제일 중요한 시기이지 않을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며, 정말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책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에서는 퇴직 후 스마트폰 게임 앱을 개발하고 코딩을 가르치며 봉사활동을 하는 등 여전히 현역처럼 사는 한 82세의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게 모든 일을 해낸 이 할머니의 비결은 무엇일까.


퇴직 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쫓고 세상이 가진 편견에 맞서 늘 내가 가진 호기심을 풀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호기심이 많고 도전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같은 상황도 다르게 해석할 줄 알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기에 그런 근육을 열심히 단련시키다 보면 어떤 형태로든 노력의 열매를 얻지 않을까.


나는 아직 겨우 7년 차이지만, 잘 내려오는 것을 생각하며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야겠다. 그리고 사회적인 잣대를 나에게 들이대지 않고 잘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평생 배워나가고 싶다. 최근엔 홈베이킹도 시작했고, 이렇게 글을 쓰고 일기를 매일 쓰는 것도 여러 가지 배움의 일환이다. 나를 더 잘 알고 싶고 세상의 풍파에 나라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 그리고 퇴직 후에는 정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집중하며 더 행복한 날들을 많이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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