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의 자아고갈실험

나의 의지가 연료라면, 그 연료가 쓸데없는 이유로 고갈될 일이 없길

by 르미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여러 상황 속에서 다양한 생각과 충동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동기의 승진이라던지, 팀장님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 그날의 내가 이리 저리로 널뛴다. 다양한 고객들을 상대하며 이미 신경이 곤두서있는 상태에서 사람들 간의 말과 행동까지 신경 쓰며 나의 감정 용량을 다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회사생활한 지 7년째, 나는 나의 의지가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하루는 후배가 이번에 새로 꾸려지는 부서에 지원할 거라며 나의 지원 의사를 묻는데 후배의 표정에 실린 기대감 때문인지 몰라도 나도 잠시 새로움이란 감정에 설렜지만, 그래도 으레 그랬듯 신생 부서는 아무것도 갖춰져있지 않기 때문에 챌린지의 연속일 거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게 회사 생활에서 그렇게 큰 의미가 있을까. 나는 한때 가졌던 열정의 크기를 회상하며 작아져버린 나의 의지력의 크기를 또 한 번 느꼈다.


나는 평소에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데, 심리학 관련 영상을 보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로이 보마이스터 교수의 '자아고갈실험'을 보며 내가 쳐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 교수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배고픈 상태로 만든 다음, 한 그룹은 무를 먹도록, 다른 한 그룹은 초콜릿 칩 옆에서 무를 먹도록 했다. 이 무슨 가학적인 상황인가 싶긴 하지만 결과를 보면 이해가 된다. 이후 두 그룹에게 퍼즐을 맞추도록 했는데 초콜릿 칩 옆에서 무를 먹은 사람들의 집중력을 발휘한 시간은 다른 그룹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들은 몇 번 시도하지도 않고 금세 포기해 버렸다.


실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격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영화를 보여주고 한 그룹은 느낀 감정을 자제하게 하고, 그다음 악력기를 쥐고 버텨보라고 했는데 감정을 자제한 사람들은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었던 사람들에 비해 훨씬 약한 악력을 보였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로이 교수는 쉬운 방법으로 어떤 목표가 있는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생각과 충동으로 목표에 대한 의지를 잃은 사람들을 보여준다. 나는 이 실험을 보며 사람의 의지력이 연료고 그 연료의 탱크 사이즈가 사람마다 정해져 있으나 목표 외에 필요 없는 생각들과 충동들에 마음이 뺏기거나 그 마음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집중이 흐트러지고 자제력 또한 고갈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로이 교수는 여기에 '자아 고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얼마나 완벽한 네이밍인가.


우리는 매일 회사에서, 일상에서 끊임없이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결정에 필요한 감정과 사실들 외에 다른 요소들 때문에 많은 피로를 느낀다. 우리가 하루에 생각지 못한 많은 것들이 우리의 의지를 갉아먹지 않는가. 이 힘을 최대한 비축해야 정말 필요한 순간, 필요한 곳에 의지력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상 속에 반복되는 이 불필요한 감정과 사실들을 원천 봉쇄시킬 수는 없다. 그러려면 회사를 그만두고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수밖에. 그러나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며, 회사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한 수단이다. 따라서 나는 이 마음을 마주하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 '나의 의지력'을 위해 여러 가지 번잡한 생각들에 마음을 최대한 안 쏟을 예정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을 테지만 나의 의지력은 이런 사사로운 곳에 쓰여서는 안 된다. 더 큰 뜻을 위해 오늘의 나를 비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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