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의 생존본능

우리 모두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미물들일뿐.

by 르미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는 크고 작은 일들로 얼굴을 찌푸리는 일들이 생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 문제의 중심에 서고 싶지 않아서 웬만한 문제가 아니고서야 작은 문제들은 크게 키우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한다. 그리고 가끔은 비교적 큰 문제임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잘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어른스럽다며 치켜세운다. 나에게는 이런 어른스러운 모습의 선배가 한 명 있다.


차장급을 바라보는 연차인데 만능테이너에다 성격까지 좋아서 여러 선후배에게 인기가 많은, 정말 보기 드문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선배 중 한 명이었다. 내가 현재 남편과 결혼 전 연애 시절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사무실에 앉아있을 때 먼저 다가와 연애 관련 고민 상담도 해줬던 고마운 선배였는데 이번 주에 오랜만에 함께 일하게 되면서 선배를 다시 보게 되었다.


선배는 이번에 입사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신입사원과 일하게 되었는데 신입사원분의 작은 실수로 인해 업무의 일부를 다시 진행했어야 했다. 나는 프로젝트를 서포트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상황을 설명드렸으나 다시 해야 한다는 부분이 언짢으셨는지 신입사원분과 나에게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까지 연락을 해서 기분이 좋지 않음을 '크게' 드러내셨다. 같이 일하는 신입사원분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눈치만 보고 있길래 너무 신경이 쓰여서 퇴근할 때 따로 전화해서 다독여줬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수는 언제든 생길 수 있고 이 정도 작은 실수면 얼마든 다시 진행해서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충분히 내가 가운데서 설명했고 윗분들도 고객도 컴플레인을 안하는 상황에서 도대체 왜 신입사원을 저렇게 잡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나한테도 주변 사람들한테도 감정을 저렇게 드러내고. 나는 감정적으로 동요가 잘 없는 사람인데도 신경이 쓰여 업무에 집중이 어려웠다. 더구나 평소에 내가 어른스럽다고 생각해 왔던, 그렇게 믿어왔던 사람이 이런 모습을 보여 더더욱이 실망스러움이 컸던 것 같다.


그날 저녁 남편과 밤늦게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건 가봐, 괜찮은 선배라고 생각했는데라고 이야기하니 남편이 대답했다.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마. 그 선배 또한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미물일 뿐. 그 사람도 그저 살아가기 위해, 터득한 생존 본능 중 하나일 뿐이야. 그냥 그날, 그때, 기분이 안 좋았고 그게 하필 그렇게 발현이 된 거겠지.


나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내 기준에 맞춰 행동하고 말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컨트롤이 안되면 누군가에게 안좋게 비칠 수 있듯이, 그 선배 또한 그날이 그런 순간이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너무 스트레스받고 맘에 담아두고 그 모습을 그 사람의 마지막으로 기억하지는 말아야지. 그렇지만 이렇게 말 한마디가 여러 사람에게 미칠 파급력을 또 한 번 느끼며 말의 중요성을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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