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살아가기 위하여.
최근 몇년간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식, 코인, 부동산에 투자하는 붐이 일었었다. 그 레버리지를 통해 많이 번 사람도 있고, 물린 사람도 있고, 손절하고 나온 사람들도 많다. 나도 부동산을 사려면 레버리지는 기본이지라고 생각했고, 요즘은 그에 대한 댓가로 높은 이자와 원금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레버리지는 결국 대출을 일으켜 미래에 내가 열심히 갚을 것을 생각해 현재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인데, 나는 이게 우리의 감정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정해진 감정의 용량이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역치도 모두 다르고, 같은 상황이라도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다. 사회에서 정해준 역할에 따라 나는 좋은 동료, 좋은 선배, 좋은 후배이면서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 좋은 딸, 좋은 누나까지 되야 하는데 가끔은 이런 상황이 숨이 막힌다. 어쩌다 회사에서 사람들에게 치인 날, 고객사의 날선 말 한마디에 유난히 마음이 다친 날, 그리고 바빠서, 피곤해서 가족들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날 모두, 나는 이게 감정의 레버리지라고 생각한다. 오늘 내게 주어진 감정을 다 끌어다 쓰고도 부족해서 내일의 감정을 당겨 오늘을 이겨내는 것 아닐까.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이자보다 수익이 더 클 것을 기대하며 매달의 이자를 갚아 나가는 것인데, 우리는 과연 감정을 미리 당겨쓰면서 어떤 수익을 내고 있는가. 물론 참아야할 때 참고, 이겨내야할 때 이겨내면 우리는 회사에선 프로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로봇이 아닌 감정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닌가. 하다못해 뇌에도 하루에 정해진 용량이 있다고 한다. 이전에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동일한 사람에게 정말 작은 것들까지 선택을 많이 하게 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정말 중요한 결정을 내리라고 했을 때 전자의 경우에서 합리적인 의사 판단을 잘 못내렸다고 한다.
나는 뇌 뿐만이 아니라 감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감정적으로 시달린 상태에서 내일의 용량까지 끌어다 쓴 경우엔 본인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예민해지기 쉽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너무 부질없는 것이나 내 삶과 연관된 것이 아닌 것에 너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적당한 몰입과 감정의 집중은 도움이 된다. 한 번뿐인 인생이고 내 삶과 가치관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면 힘써볼만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별것 아닌 것에 내가 힘을 더 많이 쏟고 있는 것을 찾게 된다. 가령 굳이 친절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게까지 친절하려고 감정을 쓴다던지, 내가 원하는 착한 이미지를 위해 가면을 쓰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쓰는 에너지라던지, 어떤 그룹에 속하기 위해 억지로 쓰는 시간, 돈, 노력 등등 이런 부분들은 감정 뿐만 아니라 시간까지도 갉아먹는다.
이 글을 읽고 부디 그 날의 감정은 그 날 안에 처리하고 마음 편히 잠들 수 있기를.
내일은 내일의 감정용량이 있으니 너무 걱정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