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벅찬 이름, '아버지'.
아버지의 명예 퇴직을 앞두고.
아버지의 명예 퇴직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35여년간 길고 긴 직장 생활의 마침표가 코 앞에 있다. 대학교를 다닐 땐 몰랐는데 직장 생활을 해보니 어느 것 하나 수월한 것이 없었다. 세상과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나에게 생각보다 기대하는 부분들이 많았고,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너무 많아 가끔은 버겁기도 했다. 이렇게 직장 생활을 한지 7년차,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던 아버지의 퇴직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지난 반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해가며 당신의 '청춘'을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본인을 희생하며 살았을 아버지의 인생은 감히 내가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자식들 중 하나는 많이 아파서 효도를 받는게 아니라 당신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서 평생 희생을 해야하는 입장에다가, 우리 가족 하나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며 벌린 주식은 우리 가족에게 큰 짐이 되었었다. 또한 어머니와 당신, 동생 모두 건강 상 문제도 있어 큰 수술을 받았는데, 이런 모든 것을 이겨내고 퇴직을 한 달 앞둔 아버지는 무슨 생각이실까.
당신은 오히려 후련하다고 하시며 빨리 그만 두고 싶다고 하시지만 그 무엇보다 책임감과 성실함이 우선이었던 아버지는 분명 지금 마음 한 쪽이 시큰할 것이다. 겉으로 티도 잘 못내고 표현도 서툰 사람이라 더 마음이 짠하다. 근처에 살았다면 더 자주 가봤을텐데 본가와의 먼 거리가 오늘따라 더 야속하게 느껴진다.
아버지 연세 이제 예순 셋, 평생이 하루라고 치면 이제야 점심 먹고 오후 두시쯤 되었으려나.
오전의 바쁜 일상은 모두 지나가고 이제 점심 이후 약간은 나른한 시간이다. 지금 모습 그대로 아버지의 시간을 갖고 이제는 인생을 즐기시면 좋겠다. 근무 하시면서도 틈틈이 영어 공부에,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에, 이리저리 배움을 즐기는 아버지가 이제는 조금 본인만의, 어쩌면 고집스러운 강박을 내려놓고 시간이 가는 것을 천천히 음미하셨으면 좋겠다.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놓친 풍경도 보고, 계절마다 바뀌는 꽃 향기도 맡으며 어머니와 함께 이제는 당신이 먼저인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
아버지라는 이름은 언제나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물이 맺힌다. 철없을 땐 아버지의 존재를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내 욕심으로는 아버지가 그냥 평생 내 곁에 계시면 좋겠다. 더 이상 늙지 않고 아프지 않고 아버지의 시계가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당신만 있으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35년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롭게 시작될 제 2의 인생을 응원해요.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제 곁에 있어주세요.
사랑합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