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더의 자질이란

내가 잘났다가 아닌 너 덕분에 잘됐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by 르미
좋은 리더의 자질이란 무엇일까.



요즘 지인들을 만나다 보면 리더의 자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처럼 한 팀 내에 다양한 개성을 가진 세대들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팀을 조화롭게 이끌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어떤 리더인가에 따라 구조적으로 좋지 않은 조직이더라도 팀원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량을 '피그말리온 효과'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어떤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말한다. 얼마 전 마케팅 관련 서적에서 피그말리온 효과의 유래에 대해 읽고 내가 생각해 오던 리더의 자질과 부합하는 역량임을 깨달았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피그말리온이라는 왕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는데, 이 왕은 조각상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그 사랑에 감동해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결국 피그말리온 효과의 본질은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잘 반증하는 것이 하버드의 한 교수가 한 실험이다.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능 검사를 한 뒤 무작위로 뽑은 20%의 학생들의 명단을 교사에게 이들은 지능이 뛰어난 학생들이라 전달했다. 이런 명단을 보며 교사는 학생들에게 기대를 품었고, 해당 학생들은 이 기대와 격려에 더 노력하여 추후 이 학생들의 성적은 실제로 향상되었다.


나는 이제껏 어떤 상황이든 내가 잘하면 다 될 거라 믿었다. 그러나 회사 생활을 할수록 혼자 아무리 100%를 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도 누군가와 함께하는지,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따라 역량이 30%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150%까지도 늘어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런 나의 깨달음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외국계 기업 특성상 입사 이래 팀 개편은 매년 있어왔고 함께 하는 팀장님도, 팀원들도 매번 바뀌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나의 정체성과 내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 팀장님에게 어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다 보니 내 일은 누군가 와도 쉽게 대체되겠구나 싶어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 그렇지만 나는 나만 잘하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버텼고 나의 투항은 3년 전 한 팀장님을 만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내가 아무리 내게 맡겨진 일을 잘 해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아와도 팀장님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사수에게 나의 험담을 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1년을 지내다 보니 내가 잘할 수 있던 일들도 굳이 나서지 않게 되었고, 퇴근 후 적극적으로 대응하던 고객사의 연락도 더 이상 받지 않고 싶어졌다. 딱 내가 해야 할 분량만큼만 일하고 집에 오니 몸은 편했지만 마음이 너무 불편했고, 팀장님과의 회식 자리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러던 나에게 빛이 든 건 2022년 인사이동으로 팀장님이 바뀌면서 새로운 분이랑 일하게 되었는데,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150% 이상의 퍼포먼스를 끌어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전 팀장님과 지금의 팀장님의 가장 큰 차이는 본인을 어디에 위치시키는가이다.


이전 팀장님은 항상 모든 일에, 특히나 중요한 일에 본인이 중심에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모든 일에 개입했고 이는 모두의 자율성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 또한 팀장님의 입맛에만 맞춰 일하게 되니 팀 내부적으로는 이슈가 있어도 쉬쉬하게 되었다.


반면에 현 팀장님은 본인을 구석에 두고 대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중심에 둔다. 항상 아침마다 밝게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해 모두에게 힘을 주고, 어떤 일이 잘 됐을 때 본인의 노고보다는 같이 일한 아랫사람들의 노고를 더 높이 산다. 본인의 노력으로 결과가 이어진 상황에서마저도 본인이 잘한 것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해줬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우리를 칭찬하기 바빴다.


가장 결정적으로 내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따로 있었다. 하루는 팀장님이 하시던 일 때문에 팀장님 윗 분들에게 밉보여 입장이 곤란해진 일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우리에게 괜한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시기를 언급하며 '봐라. 사람들은 이렇게 궁지에 몰리면 이런 식의 태도를 취한다. 그때 널 힘들게 했던 그 사람도 나쁜 사람인게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든 거니 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을 버려라.'였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내가 저 팀장님의 자리에 있다면 저런 식의 여유로운 태도가 나왔을까. 나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이런 모습이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며 진정한 리더는 없구나, 역시 회사 생활은 전쟁터인가 싶어 씁쓸했는데 드디어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자질을 갖춘 사람을 만났다.


올 해는 이 팀장님의 장점을 온전히 다 흡수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훗날 팀장으로 진급한다면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내 눈치를 보고 내게 해야 할 것 같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목표를 이뤄가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고민상담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내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얹어주는 말과 행동을 몸에 배게 해야겠다.


결국 회사에서 롱런하고 성공한다는 것은,


내가 잘났다가 아닌 너 덕분에 잘됐다를 입에 담으며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주변에 많이 두고 함께 일하고 싶어지는 사람이 된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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