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0년대 생이다. 내 또래들이 대부분 그렇듯 스무 살을 기점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싸이월드와 카카오톡 그리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경험했다. 세상이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고나 할까. 학창 시절까지만 해도 폴더폰(폰의 뚜껑을 여닫는 형식)이나 슬라이더폰(폰의 윗면을 위아래로 미는 형식)으로 대표되는 2G 폰만 사용했다.
대학 입학할 무렵에는 오리엔테이션과 수강 신청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싸이월드를 시작했다. 입학한 후에는 싸이월드와 연동돼 있는 채팅앱인 네이트온을 통해 조원들과 얘기했고 저녁이나 주말에는 네이트온을 이용해 동기들과 잡담했다. 대학에 적응할 때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이 붐을 일으켰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카카오톡을 통해 팀플을 하고 동기들은 뭐하고 지냈는지 직접 물어보지 않아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됐다.
카톡과 페북은 인맥을 넓히고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수시로 카톡을 하고 페북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다. 특별했던 경험을 올린 후에는 좋아요와 댓글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폰을 보곤 했다. 좋아요와 댓글 알람은 마약 같았다. '관종'이 되어버렸다. 특히 꿈을 이뤄가는 과정 중 만난 유명인들과 찍은 게시물은 더욱 큰 관심과 응원을 받았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열정적인 사람으로 비쳤다.
졸업을 할 때쯤 본격적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하면서 활동범위는 이전보다 줄어들었고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응원받을 것이 줄어갔다. 원하던 곳에 취업하고 싶었던 온전한 마음도 있었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게시물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현실은 냉혹했다. 간혹 가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에 취업하거나,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된 사람들의 게시물을 마주할 때면 페북으로 인해 높아졌던 자존감이 오히려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반대로 내가 올린 게시물이 내게는 다른 사람에게 응원받을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자존감을 낮아지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응원받고 싶어 하는 순수한 목적이 타인에게 상처로 돌아가는 것이 싫었다. 이후 페북을 이용하지 않았고 어느덧 5년 정도 되었다. 페북의 계정과 비밀번호가 가물가물할 정도다. (안타깝게도 카톡은 회사 업무 때문에 하고 있다)
요즘은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이용자들이 대거 이동했다. 때문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회사 사람들과의 친목을 위해 만들어야 하나라고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계정으로 연결된 관계는 딱 거기까지일 뿐. 계정이 있으면 오히려 다른 스트레스 요소를 유발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나도 다른 사람의 인생 일부분만을 보고 내 인생 전체와 비교하면서 평가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이렇게 나의 삶에 집중하고 싶은 개인적인 철학으로 인해 SNS를 최대한 하지 않고 있다.
다른 사람이 인스타그램을 하는 시간에 나는 책과 글을 더 많이 접했다. 이로 인해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내면이 단단해졌다고나 할까. 어쨌든 SNS를 많이 하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지만 삶이란 아이러니하기에 100% 장담은 하지 않겠다. 다만 SNS를 시작하게 된다면 비공개 계정을 만들거나 그 용도가 주로 브런치 글 홍보용이 될 거라는 것은 100%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