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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능구 Oct 30. 2024

[EP.07] 무대_나무로 만든 노래

우린 매일 각자의 무대에 오른다.

1. 소개

이적은 나무처럼 묵직하게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싱어송라이터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해 오며 한국 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끼쳤다. '패닉'으로 데뷔하여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였으며, 김동률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을 결성해 희망찬 곡을 내놓았다. 이후 솔로로 활동하며 우리에게 삶의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무대'는 이적의 3집 앨범 '나무로 만든 노래'에 담겨 있다. 이 곡은 그가 무대에서 느끼는 진솔한 감정을 담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그의 음색이 공명하며 쓸쓸하면서도 담담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2. 감상 포인트

이 곡엔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의 양가적인 감정이 담겨 있다. 화려한 무대 위의 아티스트도 우리와 같은 한 명의 인간이다. 그는 노래를 하며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그 노래가 끝나면 깊은 고독을 경험한다. 이 곡은 시작과 끝의 반복에서 느끼는 긴장, 기쁨, 상실에 대한 얘기다.



그의 꾸밈없는 기타와 목소리.

담백하게 쓸쓸함을 얘기하는, 나무로 만든 이야기.

최근에 끝낸 무언가를 떠올리며 듣자.

무대. 이적의 음색은 진한 우드향이 난다.



3. 무대

우리는 매일 각자의 무대에 오른다. 회사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맡아 충실히 수행한다. 매일 출근해 업무를 한다.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시장에 필요한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매일이 불확실하고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꿋꿋이 해낸다.


지금 내 무대는 음악 시장이다. 그리고 난 PO라는 역할을 맡았다. 이 무대에 올라 사람들이 음악에 투자할 수 있게 웹/앱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기능을 개선하거나 신규 기능을 기획한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내겐 작은 바람있다. 사람들에게 음악을 향유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고 싶. 지금은 아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음악을 사랑하는 누구든 우리 서비스에 와서 놀았으면 좋겠다. 많은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홍보하며 연대하는, 그래서 아티스트가 성장하고 더 좋은 작품을 내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게 음악에 대한 '감정의 물성'이라는 걸 구체화하고 싶다.


그러니 매일 무대에 오를 때의 마음가짐은 '좋아하는 음악을 위해 오늘 한 줌을 기여하자'다. 물론 오늘을 기여했다고 바로 더 나은 음악 생태계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한 달을 보더라도, 지난달보다 월등히 개선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목격하고 싶은 모습이 있으니 계속 걸음을 낸다. 그러다 보면 지지부진하던 문제도 조금씩은 해결된다.



4. 성장

아티스트의 성장 과정도 이와 같지 않을까.


처음엔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곡을 쓴다. 몇 날 며칠을 꼬박 고민하며 쓴 가사는 진부하다. 찍어낸 화음은 엉성하다. 당연히 곡의 스케일도, 웅장함이나 화려함은 없다. 지인들도 처음에만 관심을 갖다가 점점 시들해진다. 좌절감을 느낀다. 그래도 언젠간 내 음악에 공감해 줄 사람이 많아질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 하는 게 그냥 좋다. 다시 이어폰을 꽂는다. 다시 자신의 곡을 들어보고 다른 곡들을 뜯어보며 회고한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성숙해지고 감정의 깊이가 더해진다. 그렇게 이전보다 나은 곡이 탄생한다.


렇게 만들어진 곡은 마치 매년 꺼내보는 앨범 같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 아티스트의 시간과 그 노래 덕분에 울고 웃었던 나의 시간을 수면 위로 건져낸다. 4분 남짓한 데시벨이 복합적인 감정을 기록해 두었다가 꺼내주는 앨범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곡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는 모두 성장한 인간이다.


이적의 노래엔 그의 성장 과정이 담겨 있어서 좋다. 악동 같은 반항부터 반성, 고독, 방황, 추억, 우정, 사랑, 위로, 그리고 희망까지 시간에 따라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다.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표현하다 보니 많은 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이 '정점이 아닌 곳에서 오래간다'라고 표현했으나 그렇지 않다. 그는 진정성 있는 울림으로 언제나 정점에 서 있다.


오늘도 그의 노래에 위로받으내일 무대를 준비한다.







Disclaimer

이 매거진에 소개되는 음악과 그에 대한 해석은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 음악은 듣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이 글이 불편하게 느껴지시더라도 너른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 커버 이미지 출처: UnsplashPriscilla Du Preez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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