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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능구 Oct 16. 2024

[EP.06] Sonata Pathétique

비장한 마음을 담아

1. 소개

베토벤의 Sonata Pathétique는 한 인간 비장하게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려낸 곡이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그는 청각 상실 증상을 겪고 있었다. 그는 덜컥 찾아온 고통에 격렬하게 저항하다가, 고통을 받아들이며 고요해졌다가, 결국 모든 걸 극복하고 일어선다. 이 소나타에는 그 서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는 운명의 목을 죄어 주고 싶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운명에 져서는 안 된다.

- Ludwig van Beethoven


그는 어떻게든 운명에 맞서 싸우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고전적 형식 안에서도 항상 자신만의 목소리를 드러냈으며, 음악적 전통에만 얽매이지 않고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했다.



2. 감상 포인트

단어 의미상, 곡의 맥락 상 Pathétique는 '비장한'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비창 소나타의 '비창(悲愴)'은 슬픔을 강조한 단어다. 이 곡의 부분적인 감정에만 집중해 번역한 것이다.


우리는 이 곡이 슬픈 소나타가 아닌, 비장한 소나타임을 기억하자. 슬픔에 잠겨있는 게 아니고 슬픈 감정을 참고 이겨내는 것이다. 각 악장은 '고통 - 인정 - 극복' 서사다. 곡을 듣다 보면 거대한 시련을 이겨내고 대담하게 운명의 목을 움켜쥐는 인간을 마주하게 된.

바렌보임의 혼이 담긴 연주는 예술 그 자체다.



3. 악장 서사

- 1악장) Grave. 매우 느리고 무겁게, 엄숙하게

강렬하고 무겁게 시작하여 드라마틱한 감정의 서막을 연다. 특히 비장함과 고통이 두드러진 이 악장은 베토벤이 겪는 내적 갈등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 2악장) Adagio cantabile. 차분하게, 노래하듯이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멜로디가 전개된다. 비통함 속에서도 상황을 인정하며 위안을 찾으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악장은 마치 무거운 현실 속 잠시 찾아오는 위로의 순간과도 같다. 여운을 남긴다.


- 3악장) Rondo: Allegro. 주제 멜로디가 반복되는 구조로, 빠르고 활기차게

앞의 두 악장에서 느꼈던 비장함과 서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난다. 고통을 극복하며 해방감을 느끼는 악장이다.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하다.



4. 클래식한 삶


Classic,

Authentic.


베토벤은 음악을 통해 고통을 마주하고 이를 극복해 내는 여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위의 두 단어를 특징으로 갖는다. 이 가치를 이해하는 이들에게는 묵직한 아우라가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객관적으로 2024년 상위 50%의 삶은 100년 전 상위 5%의 삶보다 낫다. 주거, 식생활, 보건/의료, 교통, 정보의 접근성, 즐길거리 등등···. 수많은 항목에 점수를 매겨보면 우리의 삶은 꽤나 풍요롭다. 시간을 조금만 투자하면 노력 대비 큰 쾌락을 누릴 수 있다. 우리가 하루하루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얻는 게 너무 쉬워졌다. 성취 없이 얻는 편리함이 생각보다 크다는 말이다. 이게 우리를 길들이며 천천히 정신을 좀먹는다. 원래 세상은 이렇게 편안한 것이고,  삶은 앞으로도 같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혹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편한 것만 지속하게 된다.


이런 삶은 틀리거나 실패할 일이 없다. '편안함'이 목표이니 도전을 할 필요도, 싸울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모든 상황에 순응하며 하루를 보내다가 밤이 되면 포근한 침대에 누워 자면 된다. 대신 편안함을 대가로 '고뇌'를 잃는다. 고뇌는 인생의 프리즘이다. 삶을 다양한 측면으로 나누어 보여주며 그 안에 담긴 다양한 감정과 의미들을 여러 색으로 분산시킨다. 우리가 고뇌하면서 무언가를 해결하고자 할 때에만,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베토벤은 고뇌를 통해 불멸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삶이 괴롭다는 건 열정 있음의 방증이다. 열정을 불태우는 과정은 늘 처절하고 고되다. 그래도 이렇게 고뇌하는 시간은 삶의 깊이, 진정성 그리고 품격을 만들어 준다. 이 과정을 거친 산물만이 고유한 클래식이 된다.


잘못된 음을 연주하는 건 대수롭지 않다.

그러나 열정 없이 연주하는 건 용납될 수 없다.

- Ludwig van Beethoven






Disclaimer

이 매거진에 소개되는 음악과 그에 대한 해석은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 음악은 듣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이 글이 불편하게 느껴지시더라도 너른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 커버 이미지 출처: UnsplashTom Barr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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