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2학기를 보내며

퇴근 후 공부하는 직장인 대학원생의 삶 엿보기

by 능구의 시선

1. 적응의 동물

서강대학교 AI·SW 대학원(구 정보통신대학원)에 입학한 지 1년이 됐다. 첫 학기엔 퇴근 후에 강의 듣는 게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조금 힘들었는데 이제 거의 적응됐다. 처음엔 졸면서 강의를 들은 적이 많았다. 근데 이젠 10시에 강의가 끝나도 쌩쌩할 때가 많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뭐든 그냥 하다 보면 체감 난이도가 금방 내려간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키의 슬로건은 최고다. (사진1)


특수대학원의 원우들은 한 학기에 3개 강의를 수강한다. 평일(월-목)엔 하루 2개의 강의를 신청할 수 있고, 토요일 오전 강의도 열린다. 한 강의는 1시간 반 길이다. 평일엔 18:30, 20:10으로 2개 수업, 토요일엔 09:30, 11:10으로 2개 수업이 열린다. 실제 강의 리스트와 자세한 강의계획은 '개설 교과목 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일 1교시를 듣기 위해 여섯 시 이전에 퇴근해야 한다. 최대한 일찍 퇴근해도 식사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이동하며 김밥을 먹은 적이 많다. 직장인 대학원생의 짠한 모먼트다. 그럴 때면 내가 시간을 쪼개가며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편안하게 저녁식사를 하는 날이면 감사함을 느낀다.



2. 효율화

일도, 공부도 잘하려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일단 한다'로 대담하게 스타트를 끊었다면 그다음 단계는 효율화.


대학원을 다니면 어떤 리소스를 써야 할까. 무엇보다 시간이다. 이동 시간, 수강 시간, 과제 시간, 공부 시간. 당연히 내 시간은 한정적이므로 여기에 시간을 할당하면 일과 여가 등 기타 활동을 할 시간에 대한 카니발(cannibalization, 자기 잠식)이 발생한다.


나는 4개의 시간 중 과제와 공부 시간을 최소화하는 데에 집중했다. 이동 시간과 수강 시간은 줄이는 게 어렵다. 가장 중요도가 낮은 건 이동하는 시간이다.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므로, 어떻게든 그 시간을 활용해 과제 결과물을 구상하고 예복습을 했다. 머릿속으로 미리 과제를 기획해 두면 노트북을 켰을 때 바로 제작을 시작할 수 있어 많은 시간이 절약된다.


수강 시간엔 손을 사용하며 집중했다. 무언가를 학습할 때 손을 움직이면 좋다. 특히 타이핑을 할 때보다 필기를 할 때 뇌 연결성이 강화된다. 그리고 강의 중간에 질문을 하거나, 강의가 끝날 때쯤 셀프 테스트를 하면 훨씬 더 기억에 잘 남는다.


블록체인 전공은 이런 수업을 듣는다. (사진2)


이렇게 시간을 압축적으로 쓰며 평일 중 3일 저녁엔 운동이나 다른 활동을 하고, 주말에 충분히 쉴 수 있었다. 시험기간에도 3-5일만 공부하고 괜찮은 성적을 만들었다. 두 학기 평균 평점은 4.1/4.3이다. 나는 논문을 꼭 쓰고 졸업할 거라, 슬슬 논문 주제도 구상해두려 한다.



3. 지출

쓰는 돈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입학 당시엔 입학금과 동문회비가 추가돼 7,607,000원을 납부했고, 두 번째 학기엔 등록금과 학생회비 6,425,000원을 냈다. 전반기에 입학하는 사람이라면 첫해 지출이 14,032,000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대학원은 5학기제라 학비로 약 4,000만 원을 플래닝 해두어야 한다. ROI가 나오는 투자일지 궁금할 텐데, 그건 세월이 흘러야 얘기해 드릴 수 있겠다.


졸업까지 4,000만원. 배당주를 세팅하면 연 30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사진3)


참고로 우리 대학원엔 장학금이 있다. 상위권에 들거나 원우회 임원으로 활동하면 받을 수 있다. 상위권의 기준을 정확히 알아보진 않았지만, 주변을 보면 평점 4.2~4.3일 때 150만 원(A장학금), 4.1~4.2면 100만 원(B장학금)을 받을 수준이 된다. 그리고 난 원우회에 소속되어 지난 학기에 봉사장학금 50만 원을 받기도 했다.



4. 캠퍼스

마지막으로, 캠퍼스에 발을 들일 때면 스무 살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성당 앞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쉬는 모습이나, 로욜라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열정을 보고 있으면 왠지 힐링된다. 동시에 시간을 더 소중히 써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공부할 수 있다는 것에, 이런 환경에 나를 놓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봄 저녁의 서강대학교 (사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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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 사진 출처: 직접 촬영

* 본문 사진 출처: 사진1(Unsplash冬城), 사진2-3(직접 캡처), 사진4(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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