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 들어는 보셨습니까 - 2

DeFi의 지난날들

by 능구의 시선

1. 두 번째 이야기

앞글에서 디파이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디파이의 역사를 짚어보겠다.

다시 A씨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지난번 코인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본 A씨는 차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심했다. 어느 날 친구가 디파이(DeFi)라는 새로운 방식을 소개한다. '이자만으로 돈을 번다고?' A씨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다. 월렛을 만들고 스테이블코인 100만 원을 유동성 풀에 예치한다. 다음 날 아침, 수수료를 받고 환호한다. "이제 차트는 필요 없구나!"



2. 디파이의 탄생 (2018~2019)

디파이는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컨트랙트로 중앙기관 없이 돌아가는 금융 서비스를 구현한 시스템이다. 기존 금융의 복잡성과 중개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탄생했다. 'DAO'라는 중요한 개념을 미리 알아두자. DAO는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약자로, 스마트 컨트랙트로 자동으로 운영되는 조직 형태를 의미한다. 거버넌스 토큰 보유자들이 디파이 프로토콜의 운영과 의사결정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구조다.


DAO, 탈중앙화된 자율 조직. (사진1)


2018년 MakerDAO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면 그 가치에 따라 DAI라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DAI는 1달러에 연동된 가치를 유지하며, 이더리움을 담보로 예치하고 스마트 컨트랙트에서 자동 발행된다. 그 때문에 탈중앙적이고 신뢰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Compound는 암호화폐를 예치하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소개한다. 코인 예치자는 수익을 얻고, 대출자는 담보를 기반으로 자산을 빌릴 수 있는 구조다. 전통적인 은행과 유사한 구조면서도 중앙의 개입 없이 코드만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큰 혁신이었다.



3. 디파이 썸머 (2020)

2020년은 글로벌한 저금리 환경과 풍부한 유동성으로 투자하기 좋았던 해다. 투자처를 찾던 자본이 디파이로 몰려들었다. 이때 '일드 파밍(Yield Farming)'이 등장했다. 일드 파밍은 유동성 풀에서 이자 얻는 과정을 농사에 비유적으로 표현한 용어다.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유동성 풀에 예치하면, 이는 프로토콜 운영을 위한 유동성으로 활용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거버넌스 토큰이나 이자를 얻는 구조였다.


'거버넌스 토큰'은 단순한 리워드의 개념보다는 해당 프로토콜의 운영 정책에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COMP(컴파운드), AAVE(에이브), UNI(유니스왑) 등이 있으며, 초기에는 이 토큰들이 상장 후 큰 가격 상승을 보여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토큰 이코노미는 사용자 유입을 촉진하고 프로토콜의 분산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했다.


디파이도 하나의 생태계다. 돌아가기 위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사진2)


하지만 디파이는 급속한 성장만큼이나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스마트 컨트랙트의 취약점을 노린 해킹이 빈번히 발생했고, 일부 프로젝트의 운영진이 투자금을 들고 사라지는 러그풀(Rug Pull)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디파이의 높은 수익만큼이나 큰 리스크를 체감했다. 이러한 위기를 겪으며 디파이는 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경제 모델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4. 고도화 시기 (2021~2022)

이러한 위기를 거치면서 디파이는 더 복잡하고 정교한 경제 모델로 성숙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있었던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커브 전쟁(Curve Wars)'이다. Curve Finance는 스테이블코인 간의 교환에 최적화된 탈중앙 거래소(DEX)로, 안정적이고 낮은 리스크의 거래 환경을 제공했다. 또한 Curve는 유동성 공급자에게 CRV라는 거버넌스 토큰을 보상으로 지급하여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했다.


CRV를 장기 예치하여 얻는 veCRV 토큰이 등장하며 커브 전쟁이 촉발됐다. veCRV는 Curve 내의 유동성 풀에 할당되는 보상률을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했고, 예치 기간이 길수록 많은 veCRV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구조는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자신의 풀에 더 많은 자금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만들었다.


적은 인풋을 더 큰 보상으로 (사진3)


이 과정에서 Convex Finance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Convex는 사용자의 CRV 토큰을 대신 예치하고, 그에 대한 권한을 모아 veCRV로 변환하여 큰 보상을 받게 했다. Convex는 CRV를 락업한 사용자에게 cvxCRV라는 토큰을 지급했고, 사용자는 이를 통해 CRV 예치 기간 동안에도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추가로 Convex는 자체 거버넌스 토큰인 CVX를 지급하여 사용자의 참여를 더욱 촉진했다.


이런 커브 전쟁은 디파이 생태계를 한 단계 발전하게 했다. 동시에, NFT와 결합하고 크로스체인 브릿지 기술이 확산하며 기술적으로 더 복잡한 생태계로 발전했다. 이를 통해 디파이는 고이자만을 추구하는 영역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경제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



5. 혹독한 겨울 (2022년 이후)

2022년 이후 디파이는 급격한 위기를 겪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금리 인상, 테라(LUNA) 사태 등의 연쇄적인 충격이 불안정성을 높이며 대규모 자금 이탈이 일어났다. 또한 Ronin Network(5억 달러), Wormhole Bridge(3억 2천만 달러), Mango Markets(1억 달러 이상)에 발생한 대형 해킹 사건들으로 사용자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던 디파이는 2025년 현재 성숙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규제 준수, 강력한 보안 감사, 더욱 투명한 운영 등으로 서서히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사용자 친화적이면서도 안정성을 갖춘 디파이 서비스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디파이는 고이자 지급 모델을 벗어나 실질 수익(Real Yield)과 LSD(Liquid Staking Derivatives) 같은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상품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금융서비스로 진화하기 위한 흐름이다.



6. 토큰 이코노미

지난 7년 간의 디파이 역사를 돌아봤다. 요약하자면, 디파이가 수익을 창출하는 토큰 이코노미의 핵심은 '사용자들이 자산을 예치해 프로토콜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에 있다. 다른 사용자들이 자산을 거래하거나 대출받을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예치자들이 나눠 가진다. 그리고 프로토콜은 사용자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거버넌스 토큰을 발행하고 지급하는데, 이 토큰의 가격이 상승하면 수익도 함께 증가한다.


하지만 토큰 가치 하락, 유동성 부족 혹은 스마트 컨트랙트의 구조적 결함이라는 예외 상황이 있으므로 갈 길은 멀다. 디파이는 앞으로도 역사를 만들어가며 지속가능한 토큰 이코노미로 나아갈 것이다. 금융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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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 사진 출처: UnsplashShubham Dhage

* 본문 사진 출처: 사진1(Adobe Stock), 사진2(UnsplashBenjamin Child), 사진3(Unsplashmicheile hend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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