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의 광인 일론 머스크, 문명 인프라를 재조립하다

기술 패권, 미래 사회의 설계자들 - 2

by 능구의 시선

0. 들어가며

지난 글에서 우리는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가 미래 사회의 의사결정 운영체제(OS)를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들이 소프트웨어 층에서 미래 사회의 규칙과 제도를 코딩하는 철학자라면, 이번 글에서 다룰 인물은 그 소프트웨어가 구동될 하드웨어를 다시 구축하는 사람이다.


그는 틸이 언급한 새로운 공간 중 두 번째 공간인 우주(Outer Space)를 향한 집념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인류 문명의 가장 근본적인 인프라를 파괴하고 재조립한다. 그는 철학자보다는 엔지니어이며, 사상가가 아닌 실행가라고 할 수 있다.


실행의 광인, 일론 머스크다.

그에 대해 알아보자.



1. 일론 머스크는 누구인가?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스페이스X, X(구 트위터), 뉴럴링크, 보링 컴퍼니의 CEO다. 기업 리스트만 봐도 그가 에너지, 운송, 항공우주, 통신, 인공지능(AI), 생명공학, 토목 인프라 등 인류 문명의 거의 모든 핵심 영역에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머스크를 그저 경영자로 분류하긴 어렵다. 머스크는 문명 단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스템 아키텍트이자 엔지니어다. 피터 드러커가 정의한 전통적 '경영자'가 주어진 자원 내에서 효율을 찾는 사람이라면,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원 자체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그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일반론적이고 명확하다. 그는 복잡한 문제를 해체하고 해결하는 데에 강점이 있다.


문명 단위의 거대한 목표를 정의하고, 어떻게든 마일스톤을 달성해 낸다.

그 과정은 아래와 같다.


머스크는 알아내고 해결한다. (사진1)


1) 거대한 목표 수립

인류를 다행성 종족(multi-planetary species)으로 만든다.


2) 제1원칙 사고 (first principles thinking)

목표를 가로막는 근본적인 물리적, 경제적 병목 지점을 찾는다. 예를 들면, '인류가 다행성 종족이 되려면 행성 간 왕복을 위한 로켓이 필요하다. → 로켓은 R&D 비용이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 로켓 개발에 필요한 엔진, 소재, 항법 등 많은 것들이 여러 이해관계자, 여러 지역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 필요한 분야를 내재화하고 가까운 곳에 모아 R&D 비용과 시간을 개선한다.'와 같은 사고과정이다.


3) 수직 계열화

병목 지점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부품, 공급망을 외주가 아닌 내부에서 직접 개발하고 통제한다. 유럽우주국의 아리안 5호 발사 비용이 1억 6천만 달러인 것에 반해,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 비용은 6천만 달러로 거의 3분의 1 수준이다. 2018년 NASA 우주왕복선 발사 비용이 최대 15억까지 추산됐던 걸 고려하면, 경영 관점에서 머스크는 극단적인 프로세스 효율화를 해냈다.


팔란티어와는 또 다른 혁신적 독점 사례다. 틸이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얘기했듯, 기존에 없던 압도적인 기술력과 비용 구조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사실상 독점해내는 것이다.


머스크는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 그는 목표 달성에 비효율적인 기존 인프라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실행한다.



2. 화성에 가야 하는 이유

머스크는 하루에 17시간 일한다. 일주일이면 119시간이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일밖에 안 한다는 얘기다. 그는 왜 인생을 투자해 화성에 가려 하는가? 그의 대답은 공상이 아니다. 존재에 대한 리적인 고민의 결과이며 공학/경영학의 논리에도 부합한다.


'존재론적 위험 방지(Existential Risk Hedging)' 때문이다. 머스크는 인류의 의식을 우주에서 극히 드문 '작고 연약한 촛불'에 비유한다. 이 촛불은 소행성 충돌, 제어 불가능한 AI의 출현, 전 지구적 팬데믹, 기후 변화, 혹은 제3차 세계대전 등의 단일 사건으로도 쉽게 꺼질 수 있다.


이는 공학과 경영학에서 말하는 '단일 장애점(SPOF, Single Point of Failure)'의 문제에 해당한다. 지금 인류 삶의 터전은 지구 하나뿐이다. 소프트웨어로 비유하자면, 인류 문명 전체가 지구라는 단 하나의 서버에서 실행되고 있는, 극도로 위험한 상태인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포트폴리오 이론의 제1원칙은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이다. 머스크는 이 원칙을 인류 문명 단위로 확장한 것이다. 화성 이주는 인류 문명이라는 유일무이한 자산을 '지구'와 '화성'이라는 두 개의 바구니에 나누어 담아, 멸종이라는 최악의 리스크를 헷징하는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화성 이주에 성공한다면 다른 행성으로의 확장성도 열린다.


그래서 화성 이주라는 목표는 머스크의 단순한 꿈이 아니다. 그의 모든 기업을 관통하는 강력한 미션이며, 직원들에게 극한의 기술 혁신을 강제하는 엔지니어링 요구사항이다.


우주 단위에서 인류는 얼마나 연약한가 (사진2)


3. 화성에 가려면

이 거대한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화성에 수백만 명이 거주하는 자급자족 도시를 건설하려면, 문자 그대로 수백만 톤의 화물과 자재를 지구에서 화성까지 운송해야 한다. 여기서 머스크의 제1원칙 사고가 다시 빛을 발한다.


질문 : 왜 화성에 가는 것이 비싼가?

평범한 답변 : 로켓이 비싸기 때문이다. 로켓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라서 그렇다.


앞서 살펴본 사고과정을 떠올려보자. 머스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현실을 진단하고 병목을 탐색하여 해결책을 찾아낸다.


목표 : 화성까지 1인당 이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문제 : 기존의 로켓으로는 1인당 수십억 달러가 든다.

병목 : 로켓 비용의 대부분은 무엇인가? 연료비인가, 기체 가격인가?


분석 :

기존 로켓은 한번 발사 후 기체 회수가 어려운 일회용품이다. 기체를 재활용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발사 비용 6천만 달러 중 기체 제작비가 5,940만 달러고 연료비가 60만 달러인 로켓을 재활용한다면, 1%의 연료비만 사용하고 99%의 비용을 세이브하는 것이다.


가설 :

만약 로켓의 가장 비싼 부분(1단 부스터, 페어링, 나아가 2단까지)을 회수하여 재활용할 수 있다면, 전체 발사 비용은 연료비와 최소한의 정비비로 수렴할 것이다.


이렇게 솔루션을 만들고 개선하며 팰컨9이 탄생했다.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스타십(Starship)은 이 운송 비용을 다시 10분의 1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한다. 스타십은 화성 이주 계획의 운송 파트를 '기술적 가능성'의 영역에서 '경제적 실행 가능성'의 영역으로 넘기는 프로젝트다. 화성에 가기 위한 전제 조건인 '저비용 대량 운송 인프라'로 보면 된다.



4. 인프라를 재조립하는 그의 기업들

머스크의 기업들은 개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조직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전략적 연계의 사례다. 그는 다행성 문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대한 인프라 스택 수직 계열화하고 있다. 지구는 이 인프라를 개발하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테스트베드이며 캐시카우다.


1) 운송 : 스페이스X

지구와 화성을 잇는 성간 고속도로를 건설한다. 그리고 그 위를 달릴 대형 트럭(스타십)을 만든다. 세계 위성 발사 시장을 독점하며 현금을 창출한다. 이 현금은 스타십 개발에 재투자된다.


2) 통신 : 스타링크

지구와 화성 궤도에 수만 개의 위성을 띄워, 성간 실시간 통신이 가능한 우주 인터넷망을 구축한다. 지구의 통신 음영 지역인 오지, 바다, 하늘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며, 이 수익은 다시 스페이스X의 화성 미션에 재투자된다.


3) 에너지 : 테슬라

테슬라는 행성의 전력망이다. 화성에는 화석 연료가 없으니,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배터리에 저장한다. 테슬라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그리드를 지구에서 먼저 완성하고 있다.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체계(ESS, Energy Storage System) 시장을 선도하며 화성 기술의 핵심 R&D 비용을 충당한다.


4) 노동 : 테슬라

화성은 인간이 맨몸으로 작업할 수 없는 극한의 환경이다. 방사능과 저온을 견디며 기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채굴할 대체 노동력이 필수다. 옵티머스 등의 휴머노이드에 완전 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과 유사한 두뇌 시스템이 탑재되어 화성의 노동자로 역할한다.


5) 거주 : 보링 컴퍼니

화성 표면은 강력한 우주 방사선과 급격한 온도 변화로 생존에 불리하다. 방사선이 차폐되는 지하가 안전한 거주지가 될 수 있다. 보링 컴퍼니는 저비용 고속 터널링 기술을 확보하여 화성의 지하 도시 및 물류망을 건설한다. 현재는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지하 운송 루프를 건설하며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6) 인터페이스 : 뉴럴링크 , X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한다. 인간이 AI 및 로봇과 고대역폭으로 소통하며 기계와 결합하는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 머스크는 X를 '모든 것의 앱(Everything App)'으로 만들고자 한다. 결제, 통신, 정보 유통을 통합하는 소셜 및 금융 인터페이스가 되는 것이다.


문명의 시간이 흐르기 위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사진3)



5. 미래 시나리오

지난 글에서 제시한 '모듈화 된 사회'는 지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머스크가 구축하는 인프라는 그 OS가 작동할 새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2049년, 화성 마리너 계곡 지하 기지

이곳의 대기 정제 시스템과 수직 농장은 지상의 솔라루프에서 생산되어 메가팩 그리드에 저장된 전력으로 구동된다. 기지 확장을 위해 레골리스(화성의 흙)를 채굴하거나, 지하 터널을 확장하는 작업은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 무리가 담당한다.


이들은 지구의 수백만 대 휴머노이드 AI가 학습한 것과 동일한 신경망을 공유하며, 기지 관리자의 뉴럴링크 인터페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작업을 지시받는다. 스타링크 성간 네트워크를 통해 지구의 본사로 새로운 물자 보급 요청이 전송된다. 4개월 뒤, 보급품을 가득 실은 스타십 수십 대가 화성 궤도에 진입한다.



6. 맺는말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가 데이터로 사회를 통치할 운영체제를 설계하는 철학자라면,

일론 머스크는 그 운영체제가 작동할 새로운 공간과 물리적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아키텍트이자 엔지니어다.


기술 패권을 향한 경쟁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면에서, 인류 문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머스크는 인류에게 지구 너머라는 새로운 공간과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전통적인 산업 및 지정학적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그가 재조립하는 것은 부품이나 공장이 아니다.

인류 문명의 인프라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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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 사진 출처 : UnsplashChamfjord

* 본문 사진 출처 : 사진1(UnsplashKarla Hernandez) , 사진2(UnsplashAnders Drange) , 사진3(UnsplashGuerrillaBu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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