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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Nov 07. 2023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

아이의 발달에도 맞지 않고 효과도 미미하다

나는 일반유치원과 영어유치원에서의 근무경험이 있다. 둘의 경험을 토대로 그때 느낀 건 딱 하나였다. 영어유치원은 교사의 대우는 일반유치원보다 나으나 아이에게는 좋은 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근무했던 곳은 한 반에 11명인 두 반을 한국인 교사와 원어민 교사가 함께 운영했다. 두 교사가 한 반에 들어가는 곳도 있지만 여기는 두 반을 오전 오후로 나누어 한국인과 원어민이 로테이션하는 식이었다.  근무할 때는 1년 다니고도 이렇게 영어로 말하고 쓰는 거 신기하다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 엄마표영어를 하고 있다 보니 그때 다닌 아이들과 지금 우리 아이의 인풋의 양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의 정서가 다칠 수 있다. 초기에도 썼지만 우리 반에 우울증처럼 와서 원어민선생님과 있으면 며칠을 울기만 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에게는 영어만 써야 하는 상황, 긴장감이 마음을 다친 게 한것 같았다. 한창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아이들이 영어로 말하지 못해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다. 어른인 우리도 영어를 모르는데 영어로만 말하라고 하루 반나절을 보낸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싶은데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마다 성향도 잘하는 것도 다르지만 거기서는 영어가 주된 평가가 된다. 내가 다른 친구보다 영어를 못하면 위축되고 자신감이 낮아진다.     


둘째, 사실상 인풋이 적어 영어효과가 미미하다. 주로 영어유치원을 보내면 배운 게 아까워서 같은 학원에 초등연계를 보낸다. 그 초등연계는 주 2회, 3회로 2시간씩 하는데 오후에 졸업한 아이들의 영어를 복도에서 들어보면 7세 그 수준에 머무르는 아이가 대다수다. 그때의 그 단어, 악센트 똑같이 말한다. 충분한 인풋으로 듣기가 우선되고 말하기, 쓰기로 해야 하지만 일단 결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학원에서는 기술적인 면을 빨리 다룬다. 그래서 아이가 영어로 하는 말과 글에 발전이 없다.    

  

셋째, 충분히 놀아야 할 시기에 학업량이 많다. 그나마 1학기 때는 부담이 적지만 2학기가 되면 학습량이 많아진다.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은 2학기에 미국교과서를 읽고 문제를 풀었으며, 일기 쓰기도 늘 숙제였다. 또 연말에 발표회를 앞두면 무한반복으로 영어노래와 연극을 연습했다. 내가 그 나이대의 아이를 키워보니 그때 영어유치원 다닌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걸 놓쳤는지, 힘들었을지 안타까웠다. 7세면 빠른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한글도 더듬더듬 읽고, 쓰기도 안 되는 아이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영어로 읽고 글을 쓰고 문제를 푸는 게 멀리 보았을 때 얼마나 의미 있었을까 싶다.     


넷째, 원어민 교사의 자질과 비용이다. 검증을 하고 온다고 해도 그들의 인성까지 볼 수가 없다. 내가 근무했던 기간만 해도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2~3명이 하루아침에 미국으로 가 버린 교사들도 있었다. 내 파트너는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고 잘 놀아주었으나 대인 울렁증이 있는지 참여수업을 앞두고 진행이 되지 않아 내가 다 하게 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원어민의 월급은 한국인보다 높았다. 대체로 우리나라에 오는 원어민 교사는 숙소를 제공해 준다. 나도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꽤 괜찮은 오피스텔을 1명당 하나씩 사용한다. 그럼 그 비용은 아이들 원비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이가 하는 수업이나 질 때문에 원비가 높은 것이 아니다.  

   

다섯째, 좁은 교실과 놀잇감의 부족이다. 내가 근무하면서 정말 이 부분이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15년 전인데도 한 달에 100만 원 넘게 원비를 내지만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은 정말 말도 안 된다. 일반 유치원에 비하면 1/5밖에 안 되는 교실에 장난감은 블록, 소꿉놀이 몇 개가 다이다. 아이들은 주로 책상과 의자에서 선생님 이야기를 듣거나 교재를 하면서 보내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그 말도 안 되는 장난감 가지고 노는 것이다. 또 공간이 적다 보니 트러블이 생기기 일쑤이다. 생활주제를 다룬다고 해도 그에 대한 아이의 탐구보다는 관련 영어단어와 문장을 익히고 외우는 게 전부다.     

 


 유아는 충분히 놀면서 자신을 알아가고 다양한 능력을 발달시킨다. 왜 단지 영어 하나만 잘해야 하는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고비용을 들이며 영어유치원을 보내는지 모르겠다. 근무할 때 그런 말도 많이 들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영유출신을 싫어한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은 규칙도 지키지 않고 한글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어민과 있기에 기본생활습관이나 규칙이 잘 형성되지 않고 과도한 학습으로 에너지를 충분히 방출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짐작만 해 보았다.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놀잇감으로 놀이해 보고 친구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사회성도 발달시키며 아이가 유아기를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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