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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Jan 04. 2024

아이가 눈앞에 두 번이나 안 보였다

열심히 육아하면 뭐 하나! 안전이 최고다!

 아이를 봐준 공은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힘들게 봐줘도 한 번 사고가 나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아이를 전담으로 돌보고 있는 나에게도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의도치 않았지만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건 내 탓이 되고 나는 죄책감이, 다른 가족은 나에 대한 원망이 생길 것이다. 둘째를 키우면서 내 눈앞에서 사라진 두 번의 경험을 하고 나는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별별 생각을 다 했는지 모른다. 

     


 유치원 하원 후 어느 날 늘 가던 어린이공원에 갔다. 거기서 같은 반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할머니가 엄마 퇴근할 때까지 돌봐주고 계셨다. 몇 번 만난 적이 있기에 같이 놀라며 인사했다. 잠시 문자가 와서 보내고 고개를 들었는데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어딘 가에 있겠지 하며 찾아다니는 데 10분이 지나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나타나지 않고 어린이 공원 주변을 여러 번 돌아다녔는데도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불안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아까 만났던 친구가 생각이 났다. 


 유치원에 전화해서 그 친구 할머니 핸드폰번호를 여쭈어 보았다. 전화를 하면서도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할머니께 전화드리니 아무렇지 않게 그 집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빨리 내려보내달라고 말씀드렸다.  아이가 그 건물에서 나오는데 웃으며 나오는 게 아닌가. 정말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아이는 친구가 가자니 갈 수 있다지만 나에게 알려주시지 않은 할머니도 황당하기도 했다. 어디를 갈 때는 엄마한테 꼭 말하고 가야 한다고 단단히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가 방학이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며칠 전에 씽씽카를 타고 집 근처 박물관에 갔다. 어른이 걸어서 20분 거리라 힘들까 봐 씽씽카를 타고 가자고 했다.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이면 씽씽카를 타고 혼자 막 가버린 적이 여러 번 이기에 가기 전 단단히 주의를 시켰다.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고 가다가 엄마 안 오면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갈 때는 나와의 약속을 잘 지켰다. 올 때가 문제였다. 박물관에서 우리 집까지 오는 길은 단순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는 게 고속도로 입구가 있다. 걸어가는데 아이가 쌩쌩 가는 게 보여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내리막길에서 잠시 멈추는 듯하더니 계속 가는 것이다. 나도 내려가면 아이가 눈앞에 보일 줄 알았다. 걸어가는 데 아이가 안 보이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 근처까지 오니 불안하기 시작했다. 가다가 혹시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다른 길로 가서 헤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이를 잃어버렸다면 핸드폰도 없고, 미아방지 목걸이도 없기에 찾을 방법이 없었다. 잃어버렸으면 나는 어쩌나 가족들은 어떻게 보나 생각도 들고, 이렇게 불안한데 종일반처럼 정해진 장소에 맡기고 일하러 가는 게 맞나 라는 별별생각까지 다 하며 아이를 찾으러 다녔다. 찾다가 혹시 집에 먼저 갔나 하고 (아이는 공동현관 비밀번호, 집 비밀번호 다 알고 있다) 집에 갔더니 태연히 소파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방에서 진정하고 아이에게 혼자 그렇게 가면 위험하다.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 만약 네가 사고 나거나 없어지면 엄마는 살 수가 없다고 울면서 말하는데 아이는 엄마가 왜 저러 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아이마다 다르다. 첫째는 겁이 많고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라 이런 일이 없었다. 그런데 둘째는 자기가 하려는 것은 끝까지 하고 혼자 해 보려는 성향이 강하다. 씽씽카로 몇 번 위험하고 걱정이 되었으면 태우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는 아직 자기 중심성이 강하고 여러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어른인 내가 위험요소를 알아서 제거하고 지켜봐야 한다. 아무리 내가 책육아며 엄마표영어로 열심히 노력해도 아이가 다치거나 사고가 나면 다 의미 없는 것이다. 늘 안전이 최고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경험이었다. 그리고 무사히 아이를 찾을 수 있어서 너무도 감사한 경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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