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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Jun 28. 2024

쓸데없는 염려? 사전에 해야 하는 예방?

6아이의 건강에 대해 미리 검진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일까..


 최근 초등 3종세트라는 말이 있다. 드림렌즈, 교정, 성장주사가 바로 그것이다. 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구강검진을 시작으로 초등 입학을 앞두고 성장검사도 하였고 첫째는 지금 교정기를 착용 중이다. 사실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가장 귀찮고 가기 싫은 게 병원을 오가는 것이다. 그나마 내가 전업주부이니 이런 것도 평일에 챙길 수가 있다. 그런데 늘 검진을 다녀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 이것들이 정말 필요한 것일까이다. 내가 괜히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하면서 미리 걱정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거 안 해도 아이들은 잘 크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미리 검사해서 아이가 더 잘 크게 나중에 큰돈 들 것을 미리 예방한다는 생각도 든다.      


 치과를 갈 때마다 첫째는 이 사이가 너무 좁아 다른 이가 나올 자리가 없으니 교정을 하라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그래서 결국 3종세트 중 하나인 교정을 지금 하고 있다. 교정을 하고 나니 더 신경 쓸 게 많다. 한 달에 한 번은 치과를 방문해야 하고 매일 냄새나지 않게 교정기를 세척해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조여주어야 한다. 지난달 바쁜 5월이라 깜박했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그럼 한 달은 날린 거라고 하셨다. 지금은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만 하는데 저녁 먹고 늘 교정기 하라고 말해줘야 한다.  

 둘을 키우면서 3개월마다 구강검진과 불소도포를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벌써 충치치료는 몇 번이나 했다. 치과를 가면 심각해서 해야 한다고 하지만 첫째를 키워보니 어차피 빠질 거 굳이 했어야 하는 생각도 든다. 둘째도 치과에 데려가야 하는데 또 충치치료하라고 할까 봐 미리 겁이 난다. 비용도 그렇지만 아이가 누워서 벨트를 하고 우는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자랄 때 더 많은 군것질을 했어도 요즘처럼 검진을 정기적으로 다닌다거나 충치치료를 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 꼭 미리미리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첫째 학교에서 신체검사를 했다. 갑자기 하이톡으로 선생님께서 아이가 시력이 낮게 나왔으니 검사를 받아보라 하시는 거였다. 직접 말씀하시니 혼자 너무 걱정이 되었다. 아이가 가져온 결과를 보니 0.9/0.3이 나와있었다. 피곤하다는 아이를 데리고 안과로 가서 시력검사를 했더니 양쪽 다 1.0이 나와서 안심을 했다. 초등학생이 되고 책 보는 시간이 많아지니 이제 시력저하와 드림렌즈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드림렌즈 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2년마다 결제를 하는데 그 비용이 90만 원 정도라고 했다. 아침마다 아이의 렌즈를 세척해 주는 것 또한 일이라고 했다. 우리가 자랄 때는 없던 드림렌즈는 도대체 언제부터 생긴 것이며 왜 이것이 필수인 것처럼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아이가 6세 때인가 마주 보면 눈동자가 밖으로 향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병원에 가보니 외사시가 있으나 심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래서 6개월마다 검진을 받고 작년 겨울방학에 이제 오지 않아도 된다는 답을 받았다. 그때도 아이가 크면서 좋아지는 건데 내가 오버를 한 건가, 그래도 나중에 심해질 수 있었던 걸 미리 체크한 거라 잘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태어났을 때부터 키가 평균이하였다. 그래서 늘 키가 고민이었다. 주변에서 일찍부터 검사를 받으라 했지만 1학년이 되어서 정형외과를 가 보았다. 피검사를 했는데 비타민 d가 결핍 수준으로 나와 지금 비타민 d 주사를 맞고 있다.  성장주사는 호르몬과 관련 있어 맞힐 생각이 아직까지는 없지만 아이의 키에 대한 걱정은 아마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겨울에도 한번 더 방문했었는데 그때 의사 선생님이 키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등 뼈가 많이 휘어 척추측만증이 의심되니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셨다. 그때도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내가 척추측만과 허리디스크로 고생을 너무 했기에 아이에게는 그 고통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예약을 하고 대학병원에 갔는데 거기서 의사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아이들은 x-ray 찍을 때 가만히 있기가 어려워 움직이기에 그렇게 결과가 보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때도 든 생각이 내가 괜히 정형외과에서 미리 검사해서 걱정을 키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랄 때는 부모님이 바쁘셔서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지 못하셨다. 그리고 주변 분위기도 미리 구강검진, 성장검사, 시력검사 등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주변에서 다 미리 하기에 나도 해야만 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병원에서도 1~2명만 키우는 엄마들에게 불안을 조성해 오버해서 검진과 치료를 권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내 아이는 어려움 없이, 불편함 없이 당당하게 크기를 바라는 건 어느 부모나 같으니 말이다. 학습과 마찬가지로 아이의 건강에서도 부모가 중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꼭 필요한 검사가 아니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정말 아이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신경 써도 된다. 모든 부분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이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우리 아이에게 맞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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