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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알뜰하게 잘 키웠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한 시간

by popo

육아를 하면서 돈을 아끼는 것이 목표였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꼭 비싼 것들을 사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장난감, 학습지, 새 책, 비싼 옷, 놀이공원이 아니어도 아이들은 잘 자랐다. 오히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함께한 시간이 더 소중했다. 지나고 보니, 알뜰하게 키운 것이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선택이었다.




장난감, 거의 사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장난감을 사준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굳이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거나 무엇을 갖고 싶다고 한 적이 별로 없다. 지금이야 가끔 이야기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것이 아이들의 소비습관이나 절제에도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 물려받거나 집에 있는 주방 도구나 일상 속 물건을 활용해서 놀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재미있어했고, 엄마와 함께 노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겼다. 또 정해진 장난감보다 일상용품을 통해 자기 나름대로 창의력을 펼치고 상상력을 뿜어내니 더 효과가 좋다고 생각한다. 지나고 보니 굳이 비싼 장난감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워크북, 학습지보다 프린트물이 더 유용했다 학습지를 따로 구독하거나 비싼 워크북을 사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 책과 더불어 파는 워크북도 많고, 방문선생님을 통한 교재도 비싼 것들이 꽤 있다. 그들의 홍보를 들으면 이 시기에 꼭 해 주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유아들은 그러한 교재 없이도 알아서 잘 놀고 잘 큰다.


나는 필요한 것들은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프린트해서 활용했다. 가끔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를 사주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그마저도 신나게 활용했다. 또 워크북 하나를 산다고 아이가 그걸 다 끝내지도 않는다. 그럴 바에는 필요할 때 몇 개씩 프린트해서 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 결국 중요한 건 학습지가 아니라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책, 새책보다 중고책이 더 많았다 책을 살 때도 새 책보다는 중고책을 주로 샀다. 새책은 단행본 몇 권이 주였고 주로 당근마켓, 개똥이네를 통해 저렴하게 구입해 두세 번 읽고 방출했다. 누가 준다면 얼른 받아서 모두 읽어주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책의 상태가 아니라, 엄마가 읽어주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런 책들만 읽었어도 아이들은 지금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고 그때 엄마가 읽어주었던 것을 기억해 여러 군데서 그 지식을 꺼내 활용한다. 지나고 보니 그렇게 읽은 책들이 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준 듯하다.



옷, 사지 않고도 충분했다 아이들 옷도 거의 사지 않았다. 조카가 물려준 옷을 대부분 활용했고, 주변에서 준 옷도 감사히 받아 입혔다. 선물로 받은 옷들이 있어서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아이들은 쉽게 옷이 더럽혀지고 금방 크기에 굳이 좋은 브랜드의 비싼 옷을 입을 필요가 없다.

부담이 없어야 아이들도 마음껏 놀 수 있고 엄마도 좀 더 편하게 육하 할 수 있다.



놀이공원보다 박물관과 공원이 더 좋았다 비싼 놀이공원이나 키즈카페보다는 박물관이나 공원을 더 많이 갔다. 요즘 입장료도 꽤 비싸고 나처럼 둘 이상의 자녀를 데리고 가면 하루에 돈 10만 원을 훌쩍 쓰기 마련이다. 또 그런 데서는 단지 흥미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박물관이나 공원은 돈도 적게 들고, 아이들도 더 자유롭게 뛰어놀며 배우는 것도 더 많다. 특히 공원에서 자연을 접하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경험이 되었다. 박물관에서 보았던 것은 나중에 책을 읽으면 다 기억하고 경험이 연계된다. 지나고 보니 그런 나들이가 훨씬 의미 있었다.




육아, 비싼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남들보다 못해주었다고 미안해하지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엔 나도 내 아이에게 좋은 걸 많이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비싼 걸 사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아깝고, 엄마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


그래서 미리 육아서도 많이 읽고, 꼭 새 거나 비싼 게 아니어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육아는 돈을 많이 쓰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함께 시간을 보내느냐가 더 중요했다. 알뜰하게 키워도 충분히 행복한 육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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