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생일만 되면 힘들었던 그날의 기억
새벽 3시가 좀 넘어 도착했고 그때부터 진통이 시작되었다. 내가 허리디스크로 치료한 적이 있다고 이번에는 무통주사도 놓아주지 않았다. 그야말로 쌩으로 진통을 다 겪었다. 그걸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고통.. 또, 의사 선생님이 아직 출근을 하지 않으셨기에 나는 기다리며 진통을 할 수밖에 없었다. 8시 30분쯤 선생님께서 출근하셨다. 그리고 조금 더 진통을 한 후 가족분만실로 이동했다. 하지만 나의 자궁문이 열리지 않았다. 정말 미칠듯한 고통 속에서 기다리다가 10시쯤 인가 선생님께서 오셔서 보시더니 수술을 해야겠다고 하셨다. 뱃속에 있는 아기의 심장 소리도 느려지고 있어서 위험할 수 있다며 남편에게 동의서에 사인을 하라고 하셨다. 나는 너무 고통이 심한 나머지 무조건 빨리 해달라고 저절로 말이 나왔다. 그렇게 마취를 하는 순간 나는 비로소 살 것 같았다. 이렇게 자연분만, 제왕절개를 모두 겪어본 엄마가 되었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는 분명 장단점이 있다. 고통이 거의 아이가 나올 때는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제왕절개를 하면 그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나는 계획한 것이 아니어서 진통을 다 겪고 수술을 했지만 만약 날짜를 정해서 한다면 진통도 겪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수술을 하면 아이가 나의 뱃속에서 나와 나에게 안기는 그 순간을 경험하지 못한다. 나는 첫째가 울면서 우리에게 안겼을 때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하지만 둘째는 그걸 겪지 못해서 아쉽다. 마취에서 깨어 일어나니 나는 병실에 있었고 남편이 태어났을 때 찍은 사진과 움직이지 않아야 해서 한참 후에야 신생아실에 있던 아기를 잠깐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나는 오히려 자연분만 후 몸이 더 힘들었다. 손목과 관절이 힘이 없고 아팠는데 수술 후에는 다른 사람에 비해 회복이 빨라 바로 잘 걸어 다녔다. 하지만 요즘 필라테스를 하면서 느끼는 건 복근이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취로 인해서인지 수술 후 아토피 등 피부에 문제가 생겼고 살이 더 빠지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첫째를 자연분만해서 당연히 둘째도 그럴 줄 알았는데 예기치 않게 제왕절개도 하게 되었다.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그리고 둘째를 낳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첫째 생일에는 마냥 어떻게 축하해 줄까 생각한다면 둘째 생일에는 아이의 축하보다 그날의 고통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너를 낳기까지 엄마가 엄청 힘들었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꼭 나온다 ㅎㅎ 그래도 이렇게 보물 같은 너를 만나서 너무 행복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