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렸던 기억밖에 없던 10개월
임신으로 조심하고 신비스럽던 첫째 임신과 첫째를 양육하며 다시 경험하는 둘째 임신은 달랐다. 첫째 때는 몸의 변화가 신기하기만 했다. 조심스럽던 초기가 지나자 중기부터는 컨디션도 좋아지고 일도 막판까지 잘했다. 나름 태교책도 사서 읽어주었고 병원에서 초음파 사진을 받아오는 날이면 태교수첩도 열심히 적어주었다. 하지만 첫째를 육아하느라 늘 정신없었던 둘째 임신에는 그만큼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태교 겸 책육아로 첫째에게 책은 열심히 읽어주었지만 태교수첩까지 써 주지는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이때부터 첫째에게도, 둘째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시작했나 보다.
둘째를 임신하는 동안에는 유독 잠이 많이 왔다. 내 기억에 낮에 주로 소파에 누워있었던 기억밖에 없다. 첫째를 케어하느라 밤에 푹 잠을 못 자고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서였을 것이다. 어린이집 등원 전, 하원 후 이때부터 EBS를 첫째에게 보여주었다. 그 틈에는 또 틈만 나면 누워있었다. 잠들었다가 첫째 하원 시간이 다가와 늘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른지 생각했었다. 첫째는 아기 때부터 유독 일찍 일어난 아이였다. 5~6시에는 수시로 일어나고 언젠가는 4시부터 일어나서 노는 것이었다. 그날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임신한 몸으로 4시부터 아이 보고 등원시킬 때쯤 다크서클이 아래까지 내려와 선생님께서 내 얼굴을 보고 놀라시기까지 했다. 그렇게 늘 지쳐있어서 첫째 등원시키고 늘 집에 와서 뻗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다들 그래도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할 때라 하여 나오면 어떨지 두려웠었다.
8개월쯤인가 정기진료를 보러 갔는데 아기의 한쪽 신장이 너무 크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다음 달에 다시 확인하자고 하셨다. 늘 그렇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나의 탓이 아닌데도 내가 관리를 못 해서인 것 같고 큰 병이 될까 봐 늘 두렵다. 유독 임신만 하면 햄버거가 당겨서 햄버거를 자주 먹었는데 그것 때문인가 싶어서 미안하기도 했다. 그날부터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신장에 좋다는 작두콩차도 끓여 먹고 노력했다. 하지만 한 달 뒤에도 같은 결과라 아이를 낳고 큰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대체로 아기가 나와서 검진하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하는데 나는 그래도 걱정이 많이 되었었다.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있는 동안 대학병원도 다녀왔는데 다행히 2번째 진료에 정상으로 듣고 그 뒤로 가지 않았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둘째는 아직 실감이 안 나기에 주로 첫째 걱정만 했다. 내가 조리원에 있을 동안 엄마 없이 잘 지낼 수 있을지, 동생이 태어나면 온전히 받던 엄마, 아빠의 사랑을 나누어야 하니 힘들지는 않을지 말이다. 나름 동생 생기는 책도 읽어주고 뱃속에 있는 동생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었다. 둘째가 나오고는 둘 다 소중하지만 그때는 유독 첫째만 안쓰럽고 걱정되는 시기였다.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임신한 엄마를 힘들게 했던 첫째는 지금 둘째보다 늦게 일어나는 아이가 되었다 ㅎㅎ 또,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동생을 질투한다거나 힘들어하는 기억보다는 둘이 사이가 좋고 잘 노는 시간이 많으니 둘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은 늘 든다.
잠이 없던 첫째 케어하며 유독 잠이 쏟아졌던 둘째의 임신...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것도 소중한 추억들이다. 조금 더 어렸던 남편과 나, 어려서 더 귀여웠던 첫째.. 또 아들이라 해서 눈물이 났고, 신장에 이상이 있다고 해서 걱정되었지만 지금 건강하고 눈웃음이 예쁜 둘째가 우리의 가족이 되어주어서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