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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Oct 18. 2024

허리디스크 터져 극심한 고통의 2개월

수술 안 하고 버티기를 정말 잘했다

첫째가 6~7개월쯤 되고부터 허리가 자주 아팠다. 허리뿐만 아니라 오른쪽 고관절 통증이 심하면서 잠도 이룰 수가 없었다. 통증이 시작되면 너무 아파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고 잠도 오지 않았다. 집에서 걷지도 못해 무릎으로 기어 다녔다. 아직도 생각나는 사건이 있는데, 우리 집에 놀러 오셨던 부모님에게 남편이 웃으면서 요즘 저렇게 기어 다닌다고 하니 엄마가 쟤가 원래 어려서부터 엄살이 심하다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걸 보니 그 말이 너무 서운했었나 보다. 엄마가 시간이 지나고 생각하니 그때 내가 얼마나 아팠을지 지금도 안쓰럽다고 하신다.


 당시에 친정식구끼리 여름휴가로 제주도를 가기로 비행기를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너무 아팠지만 나 하나로 가족의 여행을 망치기 싫어 괜찮다며 갔다. 출발 전날도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렇게 아픈 채로 제주도로 향했다. 그 며칠이 절정으로 정말 너무너무 아팠던 기억이 난다. 변기에 앉기가 두려워 욕실 가기 전부터 겁이 났고 밤새 아파서 제주도에서 내내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느 날은 밤이 오는 게 겁나기까지 했다. 그래도 조금 나아지면 관광지 하나정도는 같이 가고 해서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제주도까지 다녀오자마자 정형외과를 찾았다. 입원해서 MRI를 찍고 보니 디스크가 완전히 터져서 신경을 누르고 있다고 하시며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하셨다. 병원에서는 혼자 거동이 어려워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퇴원하고 그래도 바로 수술날짜 잡기는 불안해 주변에 다른 큰 정형외과로 예약을 잡고 갔다. 거기서도 똑같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어른들도 수술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 하시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한 번 수술하면 정말 나이 들어서 필요할 때 수술을 더 이상 못할 수도 있다는 글들을 보아서 망설여졌다. 


수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고 친정으로 갔다. 검색 후 한의원으로 가보았다. 한의사는 수술해야 하는 게 맞지만 수술을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게 좋으니 한 번 치료해 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일주일에 2~3번씩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그때는 너무 아파서 입맛도 없어 살도 빠지고 있었다. 


허리디스크로 앉아 있지를 못하니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주로 아이와 같이 누워서 책을 읽어주었다. 책육아에 진심이었던 나는 아이 책을 앞으로 읽어줄 수 없을까도 너무 두려웠다. 의사 선생님께 여쭈어보니 그냥 앉아서 읽어주면 허리에 무리가 가니 벽에 기대어 읽어주라고 하셨다. 그리고 언젠가 또 아플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는 하라고 하셨다. 


내가 아파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니 시어머니께서 올라오셔서 아이를 봐주시고 나는 친정에 누워서만 지냈다. 그때 절정이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걷지 못해 기어 다니고 변기에 앉을 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엄마인 내가 아프니 가정이 돌아가지 않아 불안함도 컸다. 아이도 보고 싶고 다른 가족들에게도 미안했다. 그때 많은 걸 느꼈다.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는 것을, 내가 아프니 아이도 돌볼 수가 없고 주변 가족들이 너무 고생한다는 것을 말이다. 


누워있으면서 허리디스크에 대한 책을 몇 권 샀다. 역시 나는 무슨 일이 생기면 책부터 보는 습관이 있나 보다. 책에서도 수술은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했다. 수술을 하는 대신 좀 괜찮아지면 꾸준한 걷기와 운동을 통해 주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게 더 좋다고 쓰여 있었다. 다 나으면 꼭 열심히 운동하리라, 다시는 이런 고통을 겪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렇게 친정에서 누워만 지내고 한의원에서 침과 치료를 받은 지 2달 후 많이 호전되어 다시 우리 집으로 가게 되었다. 다음에 임신을 해서 출산은 할 수 있을지 걱정했던 것과 달리 둘째도 생겨서 아무 문제 없이 잘 낳았고 그 후에도 허리가 아픈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생각해 보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누워서 결심했던 것과 달리 허리운동은 해 본 적이 없다.. 역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지금은 걷기와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고 있다. 그 이후로 아프지 않고 우리 가정을 지키며 열심히 육아와 살림할 수 있었던 환경에 너무 감사하다. 허리디스크가 처음 터진 분들에게는 바로 수술하지 말고 누워서 일단 휴식을 취하시라고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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