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포형제맘 Sep 24. 2024

처음 들어본 "사경"이란 단어

아기와 함께 했던 물리치료

첫째가 5~6개월쯤 진료를 보러 소아과를 갔다. 아기를 안아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갑자기 "아기가 원래 고개를 기울이나요?" 하고 여쭈어보시는 것이었다. 워낙 머리크기가 크게 태어나서 나는 머리가 무거워 기울어지는 줄 알았었다. "사경"이 의심되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때는 정말 큰 일이난 줄 알고 조마조마했다. 사경증이란 두개골과 척추 중간에 위치한 턱관절이 틀어져 목이 중심을 잃게 되면서 근육과 인대가 휘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렇게 대학병원 소아물리치료를 시작했다. 사경이 위험한 것이 치료를 하지 않고 계속 목이 기울어지면 나중에 척추까지 휘며 문제가 생긴다고 하셨다. 대학병원에 있는 물리치료실은 예약이 많이 차 있기에 일주일에 한 번은 병원에 있는 소아물리치료실에서 재활을 하고 두 번은 연계된 병원으로 가서 재활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때부터 몇 개월간의 병원치료가 시작되었다. 딸이 아기만 데리고 다니는 게 불안하셨던 엄마는 매번 동행해 주셨다. 당시에 느꼈던 것들이 있었는데 대학병원과 개인병원의 소아물리치료사의 차이였다. 대학병원에서는 소아물리치료사가 무척 친절하고 아이를 진심으로 대해 주시는 것이 느껴졌었다. 그런데 개인병원에서는 그러한 느낌을 받지 못해서 속상했던 적이 많았다. 아직 어린 아기를 큰 아이처럼 다루는 모습을 몇 번 보았다. 사경은 근육의 문제이기에 아기가 안 쓰는 근육을 더 자극을 준다거나 늘려주어야 한다. 그러니 아기는 불편하고 아플 수 있다. 아기가 치료받을 때 옆에 같이 있다가 어느 날 소아물리치료사가 불편할 것 같기도 해 밖에 나가 있었다. 그런데 문 밖으로 소리가 들리는데 아기를 큰 아이 다루듯이 하는 것이다. 아기는 울고 네가 제대로 안 하면 나는 기다릴 거라는 식의 말을 했던 상황이 잊히지가 않는다. 


 병원에서의 재활 외에도 집에서도 꾸준히 해 주어야 했는데 나는 그게 참 쉽지가 않았다. 마음이 약해서 아기가 싫어하는 걸 참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기가 아파하면 독하게 하지를 못했다. 또, 아이가 큰 지금도 그렇지만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무언가를 아이와 꾸준히 한다는 게 그때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꾸준히 해 주지를 못 했다. 아마 그래서 완전히 좋아졌다는 말은 못 들은 것 같다. 그래도 지금 잘 크고 있으니 다행이지만 말이다. 


 일단 사경으로 진단받으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 보험가입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처음에 태아보험과 실비보험을 들었을 때 보험설계사가 아기가 태어나면 실비를 해 준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가입하는 걸 놓쳤었다. 그리고 사경치료를 받고 보험료를 받으려고 물어보니 실비가입이 안 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때 그 분만 믿고 실비보험 가입을 늦추었던 것이 화가 났었다. 나중에 사경치료를 다 하고 다른 일로 실비를 다시 하려고 했었다. 보험설계사분이 연세가 있으셨는데 다른 일로 보험료를 받아야 하는데 가입 전 사경치료까지 다 제출하시는 바람에 보험이 취소되었던 경험을 했다. 사실 지금도 보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내가 잘 알지 못하면 손해를 많이 본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웬만한 건 지인을 통해서 하면 믿고 하다가 손해보아도 제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로 2년 정도 지나서 다시 실비를 가입하게 되었다. 



지나고 보면 큰 병이 아니어서 다행인 일들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초보엄마로서 힘들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아기를 운전해서 데리고 가는 일과 가서 아이의 치료를 지켜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또 엄마인 내가 나머지 시간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아이가 제대로 못 클 것 같은 불안감도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 내려놓는 부분도 많아지고 덜 아프기에 괜찮지만 아기 때는 작은 일도 크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이러한 추억들이 지금 우리 사이를 더 애틋하고 단단하게 하는 과정들이었으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