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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Sep 11. 2024

도대체 이 삶은 뭐지?

육아서가 나를 살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아이가 생기면 마냥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다. 왜 육아가 이렇게 힘들고 나를 희생해야하는 것임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 그나마 내가 조금은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가졌고 몇 년 기다려서 만난 소중한 아이라 그래도 버티지 않았나 싶다. 육아에 대한 지식이 아무것도 없었던 초보 엄마로서, 내 인생의 중심이 나였던 이기적인 엄마로서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많은 인내와 지혜가 필요했다.




 첫 어려움은 바로 모유수유였다. 아기가 생기면 당연히 모유수유를 하는 줄 알았다. 친정엄마의 말을 들어봄면 나는 모유수유를 했고 남동생은 분유를 먹이셨다고 했었다. 자라오면서 나보다 잔병치레가 많은 남동생을 보며 모유수유가 정말 중요하다고 나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어 나도 당연히 모유수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시작부터 모유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에서 시간되면 불러 아기를 데려오면 모유가 나오지 않으니 아이는 울다가 분유를 먹고 가기 일쑤였다. 괜히 이것이 내탓 같고 남편에게까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산후조리원을 나와서는 검색해서 모유에 도움이 된다는 차도 마셔보고 모유가 잘 나오도록 도와주는 것도 사보았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호스로 연결해서 하는 건데 별 거 다했다 싶다 ㅎㅎ 노력을 해도 안 되기에 깨끗히 포기하고 분유를 먹였다.


 산후조리원을 나와서 친정에서 머물렀다. 어렸을 때부터 바빴던 엄마는 집안일에는 소홀히 하셨는데 아기를 데려가려니 깨끗하지 않은 친정집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엄마에게 부탁해 청소도우미를 일주일에 몇 번 불렀다. 지금 생각하면 유난이었다. 둘째까지 키우면서는 그런거 신경도 안 썼으니 말이다. 

 초보엄마아빠여서 아기를 첫 목욕시키던 날도 떠오른다. 둘이서 어찌해야 할 줄 몰라 조심조심 했던 기억이난다. 돌이켜보면 아기도 우리도 귀여웠다. 모로반사도 몰라서 아이를 꽁꽁 싸매지 않고 아이가 팔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귀엽다며 동영상을 찍은 엄마였다. 지나고나서야 아기가 그것이 본능이고 안정감을 느끼도록 싸야한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친정에서 생후 50일까지 지내다가 우리집으로 왔다. 부모님이 남동생가족과 휴가를 가기로 한 김에 온 것이었다. 집으로 온 첫날부터 이 인생은 뭐지 싶었다. 내 시간은 완전히 없어진 채 나의 하루는 아기에게 맞춰졌다. 시간되면 분유먹이고 트름시키고 재우고 하다보면 하루가 가 버렸다. 똑게육아가 뭐야;; 마음이 약해서 아이를 울리지 못하던 나는 재울때마다 슬링이나 아기띠를 해서 재웠고 그야말로 아기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우울증이 밀려왔다. 지하철에서나마 자기 시간을 보내는 남편도 미웠다. 어느 날은 내 신세를 한탄하며 남편이랑 크게 싸우기도 했다. 



 

그랬던 나의 우울함을 "육아서"가 살렸다. 어느 순간부터 아기를 재우고 읽은 육아서가 나를 힐링해주고 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게 했다. 다시 하라면 못 할 그 시간들을 잘 지나고 보니 지금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내 옆에 있다. 그래서 아기를 가질 예비엄마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기를 낳기 전에 충분한 사전지식을 가지라고 말이다. 아는만큼 견딜 수 있다. 아기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힘든 건 힘든거다. 그 힘든 것을 어떻게 이겨낼 것이고 가족들과 함께할지 예상을 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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