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두 아들을 키우니 좋은 점도 많다
둘째는 운이 좋게 한 번에 생겼다. 아기 키우는 것이 힘들지만 원래부터 둘은 갖고 싶었다. 만약 엄마, 아빠가 없다면 혼자서는 너무 외로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남동생과 자주 연락을 하지 않더라도 무슨 일이 있을 때 의논하게 되고 큰 힘이 된다. 첫째를 갖기까지 나름 순탄하지 않아서 첫째를 낳고 꾸준히 영양제를 챙겨 먹었다. 첫째가 착상이 잘 된 것은 영양제의 힘이 크다는 것을 믿었었다. 1월에 한 번 가져볼까 했는데 정말 한 번에 성공을 했다. 10월생인 둘째를 낳고 조리원에 있을 때 엄마들이 한 말이 있었다. 지금 온 엄마들은 1월에 우리 아이 한번 가져볼까 하고 파이팅 해서 생겼다고 말이다 ㅎㅎ 그 말이 너무 웃겼다. 그런데 얼마 전 유치원에서 둘째 생일파티를 하는데 10월에 5명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새해 계획으로 다들 아이를 계획했었나 보다 ㅎㅎ
둘째도 첫째와 같은 산부인과에 같은 의사 선생님으로 진행했다. 원래 성별은 16주쯤 알려주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4주나 빨리 성별 알고 싶냐고 여쭈어보셨다. 둘째라서 일찍 말씀해 주신다며.. "네~"라고 떨리며 대답했는데 "첫째와 같네요." 하시는 거다. 선생님께서는 여태까지 거의 틀리신 적이 없으신단다. 난 둘째가 아들일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딸을 원했고 당연히 딸일 줄 알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수납하고 내려오는데 병원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지금 생각하면 웬 눈물까지 났나 싶지만 말이다.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의사의 판단이 틀리는 경우도 꽤 있었다. 다음 달 확정을 받기까지 엄청 검색하고 성별이 바뀌기를 간절히 바랐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ㅎㅎ 예전에는 아들이 너무 귀해 아들을 원했지만 요즘은 딸을 더 원하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에서 글들을 볼 때도 아들이 딸로 바뀌기를 바라지 딸이 아들로 바뀌기를 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 글이 나의 기억에 남는데 너무 딸을 원해서 뱃속에 있을 때는 아들이라 기쁘지 않았지만 막상 낳으니 내 아들이라 너무 예쁘다는 글이었다. 나 역시도 그랬다 ㅎㅎ
아들이 둘이라 좋은 점이 있다. 옷을 물려받으면 되어서 돈도 덜 들고 공간차지도 덜하다. 또 놀이의 취향이 비슷해 장난감이나 책을 그대로 보면 된다. 9세, 7세인 지금은 제법 둘이 노는 시간이 길어지고 서로 읽은 책을 공유하거나 함께 보며 둘의 공감대도 상당하다. 그래서 많이 수월해지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성별이 다른 조카들은 중학생인 지금도 다투는 모습이 보이고 놀이, 책 등이 다른 데 비해 우리 아이들이 더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외삼촌은 지금은 귀엽고 예쁘지만 커서는 아들 필요 없다고 말씀하신다. 속 썩이고 말도 잘 안 듣는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우리 아이도 그렇게 될까 슬플 때도 있지만.. 어떻게 키웠느냐의 차이도 크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함께 여행 다니고 대화를 많이 했다면 그 아이가 갑자기 문을 쾅 닫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들, 딸이라서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지금도 두 아들과 다니면 어르신들이 꼭 하시는 말씀들이 있다. "아들만 둘이에요? 엄마가 힘들겠네." "엄마한테는 딸이 좋은데..." 그러나 아들만 둘이라서 힘든 점은 없다. 딸도 나름의 힘든 점이 있고 그냥 육아가 힘든 것이다. 주변에 봐도 커서도 아들과 여행 다니는 부모도 많다. 엄마한테는 딸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딸로서 부모님께 잘하나? 그것도 아니다. 어떨 때는 아들인 내 동생이 더 잘 챙길 때도 많다. 어디서 보았는데 아들, 딸 하나씩 있는 건 부모에게 좋고 동성이면 아이들 서로에게 좋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들들이 성별이 같아서 너무 잘 놀고 좋은데 아들이라 했다고 왜 눈물까지 흘렸나 싶다. 성별에 상관없이 내 아이이기에 예쁘고, 잘 크기를 바라고, 한없이 사랑해 주고 싶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