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3개월쯤 되었을 때 소아과를 갔는데 사두증이 의심되니 큰 병원을 가보라고 하셨다. 머리가 좌우 비대칭이 심해 안면에도 비대칭이 되고 있으니 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세 세브란스가 전문으로 한다며 의뢰서도 써 주셨다. 크게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첫째는 사경으로 치료받으러 다니고 둘째는 사두증이라니... 병원 한 번 안 가고 크는 아이도 많을 텐데 나는 왜 이러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검색해 보니 사두증으로 인한 치료와 헬맷은 치료가 아니라 성형의 개념이어서 보험적용도 되지 않았다. 헬맷의 비용은 200만 원대로 높은 편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헬멧 생활이 시작되었다.
연세세브란스에 예약해서 가니 거의 사두증 전문으로 하셔서 아기들만 대기하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둘째를 보시더니 엄청 심한 편이라고 하셨다. 이대로 크면 얼굴 비대칭도 심하고 나중에 양악이나 수술도 해야 할 수 있다고 하셔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와야 하고 병원에서 지정해 준 지*헬맷으로 가서 그때마다 헬맷을 수정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치료가 시작되었다. 한 달에 한번 예약 날짜에 세브란스를 갔다가 구로에 있는 헬멧센터로 갔다. 거의 반나절이 걸리기에 이유식도 싸 가지고 다녔다. 신촌 쪽은 차도 많고 운전이 쉽지 않아 주로 남편이 휴가 써서 가거나 그렇지 않으면 시어머님이나 친정엄마와 갔다. 아기는 머리가 계속 크기에 아기의 머리에 맞게 헬맷을 깎아서 조정하는 식이었다. 늘 대기하는 아기들이 많아 정신없고 기다림도 길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기도, 엄마아빠도 참 고생스러웠던 시간들이다.
헬멧 앞 중앙에 하트스티커를 붙여주신다. 효과를 높이려면 그 하트가 늘 얼굴의 가운데에 오게 해야 한다. 수시로 아이의 얼굴을 보고 헬맷을 돌려주어야 했다. 또 헬맷은 땀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안에 헝겊을 쓰고 헬맷을 씌워야 했다. 그 헝겊은 몇 개 놓고 빨아가며 사용했다. 하루에 거의 22시간을 사용하기에 잠시 쉬는 시간을 빼면 거의 착용하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헬맷을 벗기면 아기의 머리에서 늘 발냄새가 났다. 그나마 겨울은 괜찮은데 땀이 많은 여름은 아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말 못 하는 아기가 9개월 동안 저 헬맷을 쓰고 있느라 얼마나 답답했을까... 둘째의 사진에는 늘 저 헬맷과 함께다. 요즘은 그래도 간혹 보이지만 5년 전만 해도 거의 헬맷을 쓴 아기가 없어 외출하면 늘 사람들의 시선도 사로잡았다. 어느 순간은 오지랖 넓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화나고 귀찮기도 했다.
아기가 돌쯤 되니 의사 선생님께서 이제 더 이상 헬맷을 계속 써도 의미가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아직도 비대칭이 심하다며 x-ray를 찍어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어린 아기를 마취까지 해서 x-ray를 찍기까지 했다. 결과로는 이상이 없다고 나오긴 했지만 마취로 인해 바로 잠든 아기를 볼 때 안쓰러워 또 울었었다. 지금도 완전히 얼굴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주변사람은 전혀 못 느낀다고 하지만 엄마인 나는 보인다. 특히 셀카를 찍을 때나 거울을 보면 아이의 비대칭이 더욱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어디 아픈 게 아니라 다행이라며 건강하게만 자라기를 바라게 된다.
아기 때 헬맷을 쓰며 생활해서 그런지 둘째는 모자를 유독 좋아한다. 모자를 즐겨 쓰는 걸 보면 절로 헬맷을 썼어서 그런가 생각이 든다. 지나고 보면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늘 그렇듯 우리가 자랄 때는 모르고 지나갔던 것들이 요즘은 아이를 귀하게 키우고 병원에서 미리 겁을 주며 말하니 치료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것도 있다. 우리 때 뒤통수 납작하다고 머리모양이 동그랗지 않다고 헬멧 쓰며 치료한 아이는 없다. 지금도 그게 성형외과로 분류되어 보험처리가 안 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아기를 키우는 엄마는 병원에서 치료해야 한다고 하면 꼭 해야 하는 것 같고, 해 줄 수 있는 환경이면 당연히 해 주고 싶다.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보면 보이는 것이 그때는 안 보이는 것들도 많았다는 것을 글을 쓰면서 다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