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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검사 권유부터 육아고민까지.

우리 아이가 특별하다면, 나는 어떻게 길잡이가 되어야 할까?

by popo

4월에 학교에서 학부모 상담이 있었다. 3학년인 첫째와 1학년인 둘째의 상담 시간을 연달아 잡아, 첫째 상담을 마치자마자 둘째 교실로 부랴부랴 이동했다.
첫째는 다소 읽기와 쓰기 속도가 느리고, 집에서는 집중력이 부족해 늘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상담 전에도 선생님께 미리 편지를 써, 아이에 대해 궁금한 점과 걱정되는 부분을 전달했을 정도였다.
반면 둘째는 비교적 학교생활을 잘 따라가고 있어 큰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둘째 교실에 들어가자, 선생님께서 먼저 아이가 앉는 자리에 앉으라고 배려해 주셨고, 상담이 시작되자마자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님, 둘째가 조금 특별한 것 같아요. 꼭 영재검사를 받아보셨으면 해요.”


나는 순간 놀랐다. 첫째는 또래보다 느렸고, 둘째는 그런 첫째를 곁에서 보며 자연스럽게 조금 빨라진 거라 생각했을 뿐, 영재검사까지는 생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생각해 보니 유치원 상담 때도 선생님이 “영재끼가 있는 거 어머님도 아시죠?”라고 말씀하셨던 게 떠올랐다. 그때도 ‘조금 빠르다’는 정도로만 넘겼는데,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작년에는 이런 아이가 없었고, 재작년에 비슷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아이도 영재검사를 받고 지금은 영재반에서 자신의 적성을 잘 키워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남자아이 중에 언어가 빠른 경우는 드물고, 우리 아이는 정보 처리 능력이 뛰어나며, 알고 있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덧붙이셨다.

학교가 재미없다고 말하는 아이의 속마음을 이미 알고 계셨다. 교실 책이 수준에 맞지 않고, 배우는 내용도 쉬워서 흥미를 못 느끼는 게 당연하다고 말이다.


다만, 사회성이나 또래와 어울리는 능력은 다소 부족해 보여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도하겠다고 하셨다. 아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향을 고민해 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상담 동안 선생님께서는 영재검사를 꼭 받아보라는 말을 다섯 번도 넘게 하셨고, “나라에 큰 인물이 될 것 같다”는 말씀까지 해 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 아이가 그렇게 똑똑하다고?” 하는 기분 좋은 놀라움과 동시에,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줘야 하지?”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공부방도 이제 막 시작한 참이라 바쁘고 정신이 없는데, 아이를 제대로 이끌지 못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어쩌나,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며칠 동안 고민이 깊어졌고, 솔직히 영재검사를 받아야 할지 의문도 들었다.


결국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곳인데, 굳이 그런 검사가 의미 있을까 싶었고, 혹시 검사 후 ‘영재’ 판정을 받으면 더 높은 수준의 수업이나 사교육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다.

그러다 우연히 친한 언니와 통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언니는 “무조건 영재검사받아봐야 해”라고 단호히 말했다. 언니의 첫째도 어릴 때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나처럼 별생각 없이 넘겼다가 중학생이 된 지금 너무 후회된다고 했다. 영재고나 특목고를 준비할 때는 초등 시절의 기록이 중요하고, 그때의 검사 결과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이다.

그래서 검사 비용을 알아보니 기본이 20만 원이 넘고, 강남 쪽은 40만 원이 넘었다.


공부방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라 당장은 부담스럽고, 2학기쯤 여유가 생기면 받아보는 걸로 생각을 정리했다. 며칠간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지금처럼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꾸준히 빌려주고, 종이 접기나 레고처럼 좋아하는 활동도 충분히 해 줄 것. 그리고 기회가 생기면 3학년 때 영재학급 등에 도전해 보자는 것.
아직 1학년이기에 너무 이른 사교육은 흥미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함께 했다.


요즘은 교육 관련 유튜브를 종종 보는데, 영재에 관한 영상에서 우리 아이와 닮은 점이 정말 많았다.
유치원 시절부터 제 의견을 당당히 말하고, 내 말에 따지듯 반응하는 걸 ‘버릇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영재 아이들의 특성이었다. 엄마와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한다는 것. 설명을 들으니 아이의 행동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TV에 나오는 특별한 영재들처럼 크지 않더라도, 타고난 능력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크다.
1학년이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보이는데, 얼마 전 어버이날 편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혼자 썼다는 편지는 정성 가득했고, 집에서는 두세 줄 겨우 쓰던 아이가 이렇게 잘 쓰는 줄 몰랐다.
요즘은 혼자 문고판 책도 한 시간씩 읽고, 문제집도 제법 스스로 풀어보려 한다.

첫째와 달리 실랑이 없이 잘 따라와서 편하긴 하지만, 동시에 이 아이를 어떻게 잘 이끌어줘야 할지 더 고민된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 더 마음이 정리됐다.
아이의 속도와 방향을 존중하며, 아이가 가진 빛을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도록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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