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좋기도, 한없이 외롭기도 한 그 시간..
아침을 먹이고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면, 드디어 나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특히 주말을 보내고 맞이하는 월요일 오전,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고 나면 오롯이 혼자다. 분주하고 정신없이 보낸 시간만큼 기다렸던 고요지만, 그 고요가 늘 반갑지만은 않다.
어떤 날은 창밖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나뭇잎이 흔들리고 햇살이 드리우는 창밖 풍경에 마음이 환해지고, 혼자인 것이 오히려 자유롭게 느껴진다.
숨통이 트이고, 나를 위한 시간을 누리는 이 여유가 소중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마음이 복잡하거나 고민이 가득한 날엔, 같은 창밖 풍경도 다르게 보인다.
푸르른 나뭇잎도, 맑은 하늘도 나와는 먼 이야기 같다.
마치 누구도 나를 가두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상자 안에 갇힌 것처럼, 답답하고 무력한 감정이 밀려온다.
문득, 왜 어떤 이들이 충동적으로 창밖을 향해 몸을 던지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가는 날도 있다.
하루하루 잘 버텨내다가도 어떤 날은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이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혼해도 외롭다’, ‘인생은 결국 혼자다’라는 말이 가슴 깊이 파고드는 순간들이다.
예전엔 누군가에게 연락도 하고, 안부를 주고받기도 했는데…
이젠 그렇게 연락할 사람도 많지 않다.
바쁜 삶 속에서 연락이 뜸해지면 그 관계는 서서히 정리되고,
힘들어도 막상 전화를 걸 사람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설령 전화한다고 해도, 오랜만에 털어놓는 힘든 이야기가 어쩐지 조심스럽다.
이건 결국 내 문제고, 그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다는 걸 아니까.
그래서인지 점점 더 혼자라는 감정에 익숙해져 간다.
거리엔 유독 상담센터 간판이 눈에 많이 띄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아이들과 함께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들이 더 나을 때도 있다.
혼자만의 시간은 기다리던 선물이지만, 때론 감정을 더 깊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고통이기도 하니까.
그런 나를 붙들어주는 건 ‘책’과 ‘글쓰기’다.
특히 글쓰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건 최근 몇년사이의 일이다.
엄마가 된 후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 자신을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글쓰기는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된다.
이젠 오전에 창밖을 보다 마음이 무거워지면, 글을 쓴다.
고전이나 자기계발서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을 적어놓았다가 그에 대한 나의 느낌을 적고 감사일기를 쓴다. 그렇게 내 마음을 적어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힘든 감정은 조금씩 정리되고 가라앉는다.
내 글 속에서 내가 위로받고, 스스로를 어루만진다.
괜찮다가도 한없이 무너질 것 같은 혼자의 시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그 시간은 때로는 나를 살리는 힐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고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건, 내가 지금 처한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시간이다.
아이들이 어린 지금, 쉽게 집을 비울 수 없는 내가 잘 견뎌야 할 시간.
그래도 나는 오늘도 창밖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쓴다.
그것이 내가 이 시간을 살아내는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