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의 마음을 돌보는 일, 엄마의 용기에서 시작됐다
사실 작년부터 아이의 자존감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결정적으로 "자살"이라는 단어를 표현하고 그 동안 자해를 했던 것이
심각성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심리치료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집 근처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다음 달 예약은 이미 다 찼다고 했다.
그런데 다행히 취소된 자리가 하나 있어, 운 좋게 그날로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상담비는 1회 6만 원.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학원 하나 보낸다 생각하자.”
아니, “공부방 아이 한 명만 더 받으면 되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한 달이 흘러 드디어 예약일이 되었다.
마침 방학이라 네 식구가 모두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예약을 했음에도 대기 시간이 꽤 길었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ADHD로 약을 타러 온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핸드폰 화면에 몰입해 있었다.
속으로 조금 안타까웠다.
그 아이들은 어쩌면 더 많은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그 힘든 시간을 버티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요즘은 정말 어린 아이들도 수시로 영상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새삼 마음을 아프게 했다.
긴 대기 끝에 드디어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남편, 나, 그리고 첫째가 함께 들어갔다.
선생님은 먼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셨다.
“무엇이 제일 힘드니?”
첫째는 “집에서 공부하는 게 힘들어요.”라고 대답했다.
사실 공부량이 많지 않아서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 시간 자체가 부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첫째는 “학교에서 이미 배운 걸 집에서 또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 선생님은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고,
우리 부부와 따로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지능검사와 주의집중력검사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일정을 잡아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초등학생이 ‘죽고 싶다’는 표현을 하는 건
어른이 ‘나 너무 힘들어 죽겠다’고 말하는 정도예요.
실제로 실행으로 옮길 위험은 중학교 시기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는 조심해야 해요.”
또, 자해를 하는 아이들 중 일부는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심리치료를 통해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전문가의 말을 직접 들으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심리치료는 바로 다음 주부터 시작되었다.
얼마 뒤, 둘째 친구 엄마가 알려줬다.
“학교에서 위(Wee)클래스 지원 받을 수 있어요. 담임 선생님께 한 번 물어보세요.”
그래서 여쭈어보니, 학교에서 문제 행동이 있어야 공식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학교 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부모 판단으로만 상담을 시작한 경우라 어렵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날 저녁, 담임 선생님께서 하이톡을 보내셨다.
“위클래스가 새로 생겨서 익명으로 물어봤는데, 교장 추천이면 지원이 가능하대요.”
다음 날 상담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받아도, 받지 않아도 큰 차이는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하나의 손길이 더 생긴 느낌이었다.
결국 두 달 정도 지원을 받았고, 예산 소진으로 프로그램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아이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무엇보다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며 마주할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 글에서는 검사 결과와 심리치료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써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