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돌덩이가 빠진 날

우리 아이의 심리치료 이야기

by popo
“아, 마음 속의 돌덩이가 빠진 느낌이야.”


상담을 다녀온 날, 샤워를 마친 첫째가 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아무리 엄마가 잘 들어주고 신경 써준다고 해도, 아이는 ‘다른 누군가’에게 자기 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큰 안정을 얻고 있었다.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상담받으러 다니다가 괜히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들.


하지만 그런 주저함이 오히려 아이의 불안을 더 키웠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부모가 할 수 없는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첫 진료에서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공부를 힘들어한다며 지능검사와 주의집중력 검사를 권하셨다.
워낙 예약이 어려운 곳이라 학교를 조퇴하고 갔고, 검사는 약 두 시간이 걸렸다.
검사가 끝난 뒤 아이는 “너무 머리를 써서 힘들었어”라며 웃어 보였다.


며칠 후 결과를 들었다.
아이의 지능은 또래보다 높은 편이었지만, 주의집중력이 낮아 가지고 있는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약을 복용하면 좋아질 수 있지만, 당장 권할 정도는 아니며 부모의 선택이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의 문제집 두 페이지가 우리 아이에게는 큰 산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왜 첫째와 문제집을 풀 때마다 그렇게 힘들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아이의 성향을 알게 되자, ‘노력 부족’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던 것’이란 걸 깨달았다.


심리치료 선생님은 아이에게 강박 성향이 있다고 하셨다.
강박은 불안한 환경에서 생기며, 불안을 줄이기 위해 완벽하려고 하고 타인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한다고 했다.
아빠가 혼낸 적이 있었는데, 다른 아이들은 그냥 넘어가도 첫째는 그 일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었다고 한다.


상담 시간은 50분. 40분은 아이와, 나머지 10분은 부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 10분이 참 소중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우리 부부의 양육 방식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의 불안 뒤에는 부모의 불안도 있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아이가 불안하다면, 부모가 먼저 안정되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의식적으로 아이를 더 사랑으로 대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남편의 변화가 컸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를 꼭 안아주며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말해주고,

예전 같으면 화낼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 결과, 예전에는 “아빠가 무서워”라고 했던 첫째가 요즘은 훨씬 아빠와 가까워지고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아이의 얼굴에서도 여유와 웃음이 다시 피어났다.




요즘 첫째는 훨씬 안정되어 보인다.
예전처럼 학교 다녀와서 짜증을 내거나 문제집 앞에서 울지 않는다.
물론 완벽히 괜찮아진 건 아니지만, 마음이 단단해진 게 느껴진다.


아이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님이 있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다.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다림은 아이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의 마음이 아직 여리고 유연할 때 손을 내밀면, 아이는 스스로 이겨낼 힘을 얻습니다.
그날 아이가 말했던 것처럼요.

“엄마, 마음 속 돌덩이가 빠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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