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어유치원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까

15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영어유치원의 문제들

by 포비포노

나는 15년 전 영어유치원에서 일을 할 때도 문제점을 분명히 보았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부방에서 만난 한 아이를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연계 초등부까지 자연스럽게 진학했지만, 난이도가 너무 높고 매일 지적받는 하루 속에서 결국 힘들어하던 아이였다. 운명처럼 우리 공부방에 오게 되면서, 지난 5개월 동안 그 아이를 통해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의 손에 들린 ‘1학년 용 교재’에서 시작된 의문


아이가 어느 정도 기본이 있었기에, 나는 코칭시간에 해 주려고 하던 교재가 있으면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가져온 교재를 보고 나는 놀랐다. 고등학생이 접하는 단어들이 있는 리딩 교재였고, 지문은 길고 글씨는 작았다. 그것을 1학년이 풀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이에게 내용을 물어보니 잘 모른다고 했고, 나는 어머님께 아직 이럴 필요는 없다며 교재를 다시 돌려드렸다. 아이의 발달과정과 수준에 상관없이 영어유치원에서는 레벨이 높은 걸 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효과가 있지 않다.


처음엔 ‘산만함’이라 생각했던 행동들


처음에는 아이가 단순히 활동적인 아이라고 생각했다. 10분의 코칭 시간 동안 내 눈을 마주치는 것도 힘들어했고, 자기주장만 계속 이야기하며 장난을 많이 쳤다. 얌전한 아이들은 함께하기 어려워했다.

나는 이 상황을 그대로 어머님께 솔직히 말씀드리며, 1학년이니 충분히 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와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쉬어야 집중력이 살아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주일 뒤 어머님께서 다시 상담을 요청하셨고, 나만큼 진실되게 말해준 선생님이 없었다고 하셨다. 학교, 방과 후, 학원 선생님들은 모두 “잘 지낸다”고만했고, 진짜 문제를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같은 영어유치원을 다녔던 다른 아이에게 물어보니, 그 아이는 자주 혼났고 문 앞에 책상을 따로 놓아두고 공부한 적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어머님은 전혀 모르고 계셨다.


듣는 나도 마음이 아팠다. 그 시절 아이는 분명 힘들었을 것이고, 늘 지적을 받으면서도 겉으로는 잘 지내는 척해야 했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이가 유치원시기에 하는 학업적인 스트레스와 환경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어른의 욕심이 아이를 힘들게 할 수 있다.


“Attention!”을 외친 순간


10월에 아이들과 파티를 했을 때였다. 공간 구성도 달라지고 풍선이 있어 아이들은 더 활동적이었다. 몇 번 주의를 줬지만 결국 스탠드가 떨어졌다. 순간 나도 화가 나서 아이에게 조금 엄하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이는 표정이 두려워지며 갑자기 차렷 자세로 “attention!”이라고 외쳤다.


나는 그 단어를 사용해 본 적도 없었다. 그 순간, 영어유치원에서 얼마나 이런 처리 방식이 반복됐으면 자동으로 저런 반응이 나올까… 마음이 너무 아팠다. 원어민선생님과 그랬는지 한국인선생님과 그랬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 충분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음은 너무 잘 알 수 있다.



영상만 켜면 긴장하는 이유


우리 공부방은 기본적으로 다독습관이 잡히면 한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낭독 연습을 하고, 잘하면 영상을 찍어 부모님께 보내드린다.

며칠 전 아이가 낭독을 잘해서 영상을 찍어보자고 했는데, 나와 둘이 할 때는 너무 잘 읽던 아이가 영상만 켜면 단어를 빠뜨리고 틀리기 시작했다.


영상 때문에 긴장되냐고 물으니, 영어유치원에서 모르면 반복해서 혼났다고 했다. 발표회나 문장을 잘 못하면 특히 많이 혼나지 않았을까 한다. 나와 관련된 문장들도 아닌 단순히 보여주기 식으로 외운 문장들이 아이에게 얼마나 남게 될까... 늘 지적을 받고 틀리면 혼났던 영어가 나중에 자연스럽게 나올지 의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머님께 아이가 먼저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씀드렸다.


5개월 동안의 변화


계속 소통하며 상담드린 끝에, 어머님께서는 방과 후를 많이 줄이고 아이와 도서관에 가는 시간을 늘렸다. 그 후 아이는 공부방에서 집중력도 좋아졌고, 이제는 나와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산만해서 나를 힘들게 한다고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겪었던 것들을 알게 되니 오히려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싶어졌다.


우리 모두 엄마가 처음이다. 내가 힘들게 했던 영어를 아이는 일찍부터 접해서 편하게 하길 바란다. 하지만 왜 내 아이가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는지 그걸 미리 생각한 부모는 많지 않다. 아이도 그 부분을 알아야 한다. 거기서부터 접근을 하면 아이를 무리하게 시키게 되지 않는다.



아이를 보며 다시 깨달았다.
왜 발달에 맞지 않는 영어유치원을 계속 보내는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가.
왜 어린 나이에 한글보다 영어에 집중하게 하고, 놀아야 할 시기에 정서적 불안을 겪게 하는가.


물론 모든 영어유치원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발달의 균형을 잃고 정서적으로 위축된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본다.


나는 내 아이를 키우며 배운 경험 덕분에 중심을 지킬 수 있었고, 이 경험들이 지금 공부방 아이들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고 부모님께 더 정확한 상담을 드릴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이들이 영어를 행복하게 배우도록 돕겠다는 나의 꿈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이 아이를 통해 다시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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