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화려함 뒤에 남은 공허함과 쓸쓸함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가장 흔들 때

by 포비포노

어제 키즈엔리딩 송년회를 다녀왔다.
교육을 시작한 지 벌써 1년, 공부방을 오픈한 지는 9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키즈엔리딩에서 진행하는 크고 작은 행사와 강의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여러 원장님들과 친해지고 싶었고, 열심히 배워서 노하우도 쌓고, 내 공부방도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대부분의 시간은 즐거웠던 것 같은데, 어제만큼은 이상하게도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쓸쓸하고 공허했다.


집 근처 역에서 맥주를 하나 사 들고 돌아왔다.
겉으로는 웃으며 다른 원장님들과 이야기했지만, 마음속 어딘가는 계속 착잡했다.



1. 나는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전업주부로만 살다가 공부방을 열고, 키즈엔리딩 프로그램을 익히며 하반기에는 나비 프로젝트까지 참여했다.


홍보, 상담, SNS, 설명회, 특강, 이벤트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모집이 안 될 때는 슬펐고, 혹시 잘 안 될까 불안해하다가,
다른 원장님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하고,
‘언제쯤 나는 저 자리에 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


여러 감정들을 겪고 또 견디며, 나는 나름대로 하나씩 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공부방이든 학원이든, 결국 보이는 ‘성공’의 기준은 원생 수가 아닐까.

아직도 열 명 언저리인 나는,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당당하지 못하고 위축되어 있었다.

매니저님께서 올 한 해를 대표하는 사진을 보내달라는 미션을 주셨을 때도,
나는 결국 보내지 못했다.
나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2. 작년과는 달라진 마음


작년 송년회에도 참여했었다.
그때의 나는 아직 오픈 전, 교육을 받는 중이었고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아 조금 뻘쭘하긴 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성공한 원장님의 강의를 들으며,
‘나도 열심히 하면 저렇게 될 수 있겠지’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송년회에서 나는 달랐다.
열심히 기여한 원장님들에게 수여되는 상장,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원장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나는 왠지 모르게 들러리가 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열심히 노력하면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잘되지 않으면, 우리는 가장 먼저 나 자신을 탓한다.


‘잘 되는 원장님들과 나는 무엇이 다를까.’
‘나는 뭐가 부족할까.’
‘다들 20~30명은 기본인 것 같은데, 왜 나는 아직 이럴까.’

그 생각들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작아졌다.


3. 기쁘기보다 먼저 든 질문


마지막 선물 나누기 시간,
소장님께서 갑자기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작년 12월부터 키리 카페에 88개의 글을 올린 것이 대단하다고.
내가 쓴 블로그 글을 꾸준히 공유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기쁨보다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이게 정말 의미 있는 일이었을까?’

블로그를 하나도 안 써도 잘 되는 원장님들은 많다.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이는데, 모집이 적은 내가 특별할까.
괜히 더 허탈해졌다.


그래서 나는 늘 스스로를 다독인다.
불안과 비교가 몰려올 때마다 이렇게 말해준다.

이 학원가에서 이 정도로 살아남는 것도 어디야.
3월에 한 명이었던 때에서 여기까지 왔잖아.


그래야 내가 계속 버틸 수 있으니까.




어제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늘 아침에 퇴근한 남편이 물었다.
“재미있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났다.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내가 너무 작은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남편은 말했다.
“그 그룹 안에서 주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거야. 너 잘하고 있어.”

역시 가장 편한 사람 앞에서 감정은 터져 나온다.

어제 전화로 여러 조언을 해준 제주 원장님도 참 감사했다.

화려함 뒤에는 쓸쓸함이 있고, 함께하기에 비교되지만 또 위로도 받는다.


2~3년 후의 나는 또 어떤 모습일까.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나는 그냥 계속 나아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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