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못해서 울고, 나는 몰라서 더 힘들었다

느린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알게 된 집중력과 공부의 진짜 문제

by 포비포노


아이의 문자가 느린 것이 늘 고민이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기다리면 되겠지 하며 스스로를 다독여왔다.


하지만 최근 영어단어를 시작하면서 그 고민은 더 깊어졌다.
공부방에서 사용하는 교재로 보카를 쓰고, 테스트 삼아 한 번 써보라고 했던 날이었다.
아이는 단어를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기본적인 글자조차 헷갈려했고, 그동안 여러 번 봤던 apple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다.


그 상황을 가볍게 넘길 수도 있었지만, 아이는 그러지 못했다.
자신이 못한다고 느낀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화를 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늘 그렇듯 마음이 불편한, 가시방석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잘하면 나도 좋다.
하지만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매일 체계적으로 챙겨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함께 따라왔다.


수영을 마치고 편의점에 가던 날이었다.
같이 가자고 하니 아이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엄마, 아까 저 때문에 힘들었죠?”


그 한마디에 마음이 멈췄다.
아이 역시 그 시간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는 너 때문에 힘든 적은 없어. 대신 어떻게 도와줄까 계속 고민이 돼.”


돌아보면, 아이는 한글부터 느린 아이였다.
나는 그동안 책도 열심히 읽어주고, 나름 최선을 다해 육아를 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자주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우리 아이는 느릴까.’


그러면서도 기다렸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다.


4학년이 되었고, 이제는 영어단어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같은 벽을 마주했다.
아이는 여전히 어려워했고,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상담 시간에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선생님은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의 경우 글자 조합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가 보였다.
단순히 문자가 느린 아이가 아니라,
집중력이 낮아 여러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였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시간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책을 이렇게 많이 읽어줬는데 왜 그럴까’가 아니라
‘그나마 아이에 맞게 읽어주고 기다려주었기 때문에 지금 이 정도인 거구나’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학기 초, 진단평가를 보게 되었다.
EBS 진단평가를 출력해 집에서 풀려보았다.
수학은 거의 다 맞았지만, 국어는 예상보다 많이 틀렸다.


마침 다니고 있던 독서 프로그램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선생님은 아이가 긴 지문을 읽다가 내용을 잊어버려 다시 읽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소리 내어 읽기와 중심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읽는 방법을 권해주셨다.


그때 또 한 번 깨달았다.
집에서는 문제를 5문제 정도만 풀게 하니 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20문제, 25문제를 연속으로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이의 집중력이 그대로 드러났던 것이다.


아이를 모든 면에서 잘하게 키울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계속 고민하고,
어려운 부분을 정확히 알고, 이해하며 기다려주는 마음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만나는 아이들 덕분에 더 많이 배우기도 했다.
특히 남자아이들 중에는 읽기나 듣기, 문제풀이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철자를 외우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의 나였다면 단순히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왜 저 아이는 단어를 못 외울까’라고.


하지만 지금은 안다.
집중력이 낮은 아이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단어의 양을 줄여주기도 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파닉스부터 다시 천천히 시작해 줄 수도 있다.


공부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아이도, 엄마도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이 시기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내 아이도, 그리고 내가 만나는 아이들도
이 중요한 초등 시기에 무너지지 않았으면 했다.


지금은 조금 느려도 괜찮다.
대신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언젠가 스스로 공부해야겠다고 느끼는 순간이 왔을 때,
그 아이가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때, 자신의 힘을 믿고 끝까지 해낼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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