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부족함을 말하는 일, 어디까지가 옳은 걸까

진심으로 건넨 한 통의 전화 뒤에 남는 마음

by 포비포노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학부모님들과 상담할 일들이 종종 생겼다.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잘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분명히 부족한 점이 보이거나 문제점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일정 기간을 지켜본 뒤, ‘이 부분은 꼭 말씀드려야겠다’고 마음먹은 날에는 전화를 걸었다.
아이의 현재 상태를 전하고, 조심스럽게 방법을 함께 의논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 순간부터였다.
괜히 말했나, 그만두시면 어쩌지.
나는 순식간에 죄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과연 어디까지 말하는 것이 옳은 걸까.

그 질문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작년에도 유난히 산만하고 힘들어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 사실을 말씀드렸을 때, 어머님께서는 다른 학원과 학교 선생님께도 물어보셨다고 했다.
그런데 나처럼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 분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을 들으면서도 마음 한편은 여전히 무거웠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고학년 아이였는데, 숙제는 늘 완벽하게 해 오는 아이였다.
그런데 막상 수업을 해보니 기초적인 단어조차 읽지 못했고, 읽는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렸다.


예전 같았으면 ‘조금 느린 아이구나’ 하고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첫째 아이와 함께 심리상담을 다니며 여러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이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집중력이 낮고, 글자 조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이 분명하게 보였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시간을 두고 기다릴 수도 있었겠지만, 중학교를 앞둔 시기였기에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전화를 걸었다.
역시 어머님께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당황하시고 고민이 많아지신 게 느껴졌다.

전화를 끊고 나서 또다시 생각이 시작되었다.


괜히 말한 걸까.
말하지 않고 넘어갔어도 내 책임은 아니었을 텐데.

내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누군가에게 듣는 일은 누구에게나 속상하고 불편한 일일 것이다.
혹시 나를 오해하시거나, 아이를 다른 곳으로 옮기시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간다면, 아이는 자신의 어려움을 모른 채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애정이 없다면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시간을 들여 공부하는 만큼, 그 노력이 제대로 쌓이길 바랐다.
기본이 흔들린 채 쌓아가는 공부는 결국 더 큰 벽이 되어 돌아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교사, 아이, 학부모가 한 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함께 알고, 함께 도와야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었다.


며칠을 고민했다.
내가 한 말이 과연 옳았는지, 계속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하기로 했다.

아이는 아직 어리기에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모른다.
조금 더 경험이 있는 어른이 그 부분을 알아보고,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부모라면, 그런 전화를 받았을 때 속상하겠지만 결국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것이다.

혹시 나의 말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시거나 관계가 멀어진다 해도,
그 또한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아이가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로서, 공부방에 오는 아이 한 명 한 명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아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더 도와주고 싶었고, 힘들지 않게, 즐겁게 영어를 하며 성장하길 바랐다.


다만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도 있었다.
정말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쉽게 꺼내지 말아야겠다는 것,
그리고 감정이 아닌 ‘사실’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쉽지 않지만, 학부모 상담은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배워가고 있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해가고 있다고 믿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현명해지기를 바라며, 그렇게 하루를 또 채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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