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에서의 적절한 비움이 필요하다. 나만 챙기면 되었던 젊은 시절과 달리 결혼을 하고 나니 가족들 의식주를 챙기며 아이의 육아도 해야 한다. 더불어 엄마인 나도 무얼 해 보고 싶다고 참 시간을 쪼개며 바쁘게 살았다. 점점 중요하고 아닌 것에 가지치기를 하며 틈틈이 휴식을 의무로 하려고 하고 있다. 바쁘게 보내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것도 물론이지만 뒤를 돌아볼 여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아이들도 뒹굴거리면서 창의성이 발달한다고 하지 않는가... 또 어느 정도 비우기를 해야 다른 것을 들일 수가 있다. 나의 비움은 시간, 공간, 육아에서 수시로 버리고 채우려 노력한다.
“큰 공과 지략은 항상 여유롭고 마음이 안정된 사람에게서 나오는 법이니 절대 바쁘게 날뛰지 말아야 한다. 상서로운 징조와 커다란 복은 너그럽고 후한 집에 모여드는 법이니 어찌 가혹하고 각박하게 할 것인가?”
“다만 바쁜 가운데서도 한가함을 얻고, 부족한 곳에서 만족할 줄 알면 자유로움이 나에게 있고 일함과 쉼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살면서 꼭 한 번은 명심보감>
우선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아이가 없는 정해진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 몇 가지만 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작년에 온라인 모임에서 어떤 한 분이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육아도 잘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 마음이 시끌시끌해 보인다고 쉬면서 생각 정리를 하라고 말이다. 내가 했던 경력을 내려놓고 전업주부가 되니 다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욕심을 부렸다. 무얼 위해 나는 시간을 쪼개며 바쁘게 살았던 것인지... 조금 내려놓고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예전에는 욕심이 많아 목록을 쭉 적어놓고 못하면 자책을 하고는 했는데 이제 몇 가지만 해 놓고 그걸 끝내면 오후에는 그 생각을 하지 않으니 훨씬 편하고 아이의 요구에도 짜증이 나지 않는다.
책육아를 한다고 집 곳곳에 책이 참 많다. 중간중간 중고로 팔고, 나누어 주어도 또 새것을 사니 계속 채워지고 있다. 빽빽한 책장이 아이에게 여유를 주지 않을 것 같고 보고 싶은 책을 찾기도 어렵게 만든다. 옷장도 언젠가는 입을 것 같아서 쌓아놓는 옷들이 많다. 공간에서도 과감히 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몇 개월이 지나면 가지고 놀 수도 있는 장난감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장난감이 없어도 아이들은 자기가 창조해서 놀기도 하기 때문이다. 둘째까지 본 책들은 과감히 정리한다. 아이들 옷은 금세 작아지니 지속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집에 있는 공간도 수시로 비워야 다른 것들을 채우거나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가 있다.
엄마가 되면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은 게 참 많다. 내가 잘하면 이 아이가 영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나보다 더 행복하게 인생을 살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아이에게도 욕심을 부리게 된다. 한글도 빨리 떼면 더 많은 책을 읽고 내가 편할 것 같아 아이를 재촉한다. 책을 읽어주다 보면 더 많이 읽어줘야 할 것 같다. 남들과 비교하면 우리는 부족하게 보이고 내 아이는 느려만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도 엄마인 우리에게 비움이 필요하다. 나의 육아 로드맵에서 아이에게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하고 나머지는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내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해야 한다. 아이가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면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필요하다. 1~2년 빨라 보여도 나중에 크면 다 비슷하다. 엄마의 욕심이 드러나면 아이는 거부하고 많은 양을 정해주면 지쳐서 정작 달려야 할 시기에 포기할 수가 있다.
무리하게 계획을 세워 힘들고 지치게 하는 것도, 부족하다고 자책하고 포기해 버리는 것도, 게으름을 택해 시간을 보내버리는 것도.. 나를 통제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하는 일이 많아진다 해도 몸과 마음의 여유를 돌 볼 시간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면에서 욕심을 내려놓고 중요한 것을 먼저 해 낼 수 있는 용기, 수시로 정리하며 비워 다른 것을 채울 수 있는 여유를 늘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