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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bi미경 Sep 25. 2024

이게 바로 상류층 모임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난 남편에게 뭐라고 물어봐야 할지 입이 잘 떨어지지가 않았다. 남편은 기분이 좋아 보였고 난 오자마자 포뇽이를 재우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먼저 잠이 들었을 줄 알았던 남편은 내가 들어서자 갑자기 내 목덜미에 키스를 하며 나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남편에게선 왠지 모를 흥분감과 끈적한 술냄새가 느껴졌다. 평상시라면 모임까지 하고 들어온 날이라 피곤함에 남편을 거절했을 텐데 나도 왠지 이 날따라 흥분이 올라왔다. 이 기분은 뭘까. 머릿속에서 리치남편의 낮은 음성이 계속 뇌리를 울렸고 난 빠르게 달아올랐다. 우린 뒤엉킨 채 오랜만에 격정적인 섹스를 했다. 남편의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리치남편의 음성으로 느껴졌다. 그의 음성에 답하고 싶었다. 오르가슴이 나를 휘몰아쳤다. 남편은 나를 거칠게 밀치고 깊숙이 다가오며 황홀감에 젖어들었다. 우린 이날 밤 몇 번이나 서로를 탐하며 서로를 빨아들였다. 깊은 밤이 우리의 숨소리와 함께 지나갔다.     


다음날 남편은 활기가 넘쳤다. 모임이 너무 좋았다며 다음엔 우리가 한번 초대해야겠다며 약간의 흥분감이 느껴졌지만 그는 평상시와 다를 게 없었다. 어젯밤 리치언니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언니의 그 웃음은 무엇이었는지 리치남편의 행동은 무엇이었는지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남편에게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그저 술이 좀 과했던 것 같다고 지나가는 해프닝일 것이라고 머리에서 털어내려고 애를 썼다. 리치언니는 여전히 밝았다. 어제 잘 들어갔냐며 남편도 무척 즐거웠다고 한번 더 함께하자고 전해달라 했다는 그녀의 말에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좀 예민한 것뿐이었다.     

 

언니는 종종 모임에 나가곤 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이라며 함께 취미도 나누고 골프도 치러 나가면서 그 모임을 통해 여러 정보를 얻곤 했다. 부동산정보며 주식, 다양한 정치경제 부분까지 그 모임과 함께 정보를 나눴고 모임을 하고 온 다음날이면 내게도 여러 다양한 분야의 소식을 알려주었다. 내가 전혀 모르던 부분에 대해서 해박한 모습을 보이는 리치언니를 볼 때면 나와는 정말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았다. 나는 그저 동경스러웠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주곤 했다. 리치언니는 어느 날 갑자기 내게 뜻밖의 말을 했다.


“포비포비야! 내 남편이 그러는데 내가 나가는 그 모임 있잖아~ 거기에 포비네 부부도 함께 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하던데 우리 이번모임 때 함께 가보는 게 어때? 응응?”

“헉 언니 전 그런 지식도 없고 제 남편도 그저 회사만 다니는 사람인데 저희가 가기엔 너무 어려운 모임일 것 같은데요”

“어머 아니야 얘~! 어렵긴 뭐가 어려웡~! 나같이 뇌가 맑은 사람도 가는데 우리 포비는 책도 많이 읽고 그쪽으로는 아주 해박하잖아~ 이번 모임은 특히 우리 포비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주최한 모임이야. 그 소설책 알지? ‘깊고 뜨거운 그대 안으로’ 그 책 쓰신 작가님이 우리 멤버거든! 그 작가님께서 집으로 초대를 해주셨어! 책얘기도 하고 와인얘기도 하고 같이 놀자고 하셨엉~ 부담 갖지 말고 우리 같이 가자 응응?”

“와 언니 그 작가님 책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그분도 언니 멤버셨어요?”

“응응! 그래서 더더욱 우리 포비가 좋아할 것 같았어! 같이 갈 거지 응응?”

“아 고민되네요. 우선 남편이랑 얘기해 보고 바로 알려드릴게요!”     


남편은 흔쾌히 응했다. 사람 많은 모임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리치부부와 함께 간다는 말에 바로 응하는 모습이 조금 의아하게 느껴졌지만 그에게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건 좋을 것 같았기에 우린 리치부부와 함께 모임에 동행하기로 했다. 포뇽이는 금덩이와 함께 이모님께 맡기고 우린 어느 저녁 리치부부가 말한 장소로 향했다.      


“오~ 어서들 오세요! 리치부부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 모임이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는데 조금 까다로운 편인데 이렇게 뵙고 나니 제가 괜한 걱정을 한 것 같군요. 허허허. 오늘 여러모로 편하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허허허허”

작가님은 우리 부부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곧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는데 조금 특이했던 점은 참석한 모든 이들이 부부동반이었다. 모두들 사이가 좋아 보였고 어느 정도의 재력도 다 있어 보였다. 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봤던 장면을 현실에서 보는 것 같았고 그저 이 모임에 우리를 초대한 리치부부네가 마냥 고맙게 느껴졌다. 6 커플정도가 자리를 채웠고 곧 작가님이 인사말을 시작하셨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번달은 새로운 멤버가 영입돼서 더 기분 좋은 모임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새 멤버님들이 적응하시기 편하시도록 가벼운 담소와 함께 제가 준비한 여러 와인을 즐기시는 날로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와인은 각 테이블마다 제가 잘 선정해서 놓았습니다. 오늘 여러 와인맛에 길들여질 준비.. 되셨을까요? 허허허허”

사람들은 작가님말에 큭큭거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왠지 모르게 그때 사람들이 우리 부부를 쳐다보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새로 온 사람이기에 그럴 것이라 생각하며 우리도 웃으며 작가님 말씀에 호응을 해주었다.      


약간의 부담을 가지고 참석한 모임은 의외로 편하고 즐거웠다.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은 우리와 비슷한 또래였고 교양이 넘쳤으며 외모들도 준수했다. 난 이 분위기에 흠뻑 취해갔다.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기분이었고 마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삶이 내 앞에서 열리고 있는 것 같았다. 테이블마다 와인의 종류가 달랐기에 점차 사람들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섞여가기 시작했고 내 옆에는 어느새 리치남편이 서있었다. 나도 모르게 순간 남편을 찾았으니 남편은 어느새 리치언니와 함께 와인을 기울이고 있었고 그의 표정은 즐겁게 상기되어 있었다. 


“포비님 저번엔 잘 들어가셨죠. 좀 더 머물다 가시지 일찍 가셔서 좀 아쉬웠습니다. 오늘 모임 때 또 이렇게 얼굴 뵙게 돼서 많이 기뻤습니다. 와인은 어떻게 입에 잘 맞으실까요.”

리치남편은 여전히 미소를 띤 채 정중하면서도 낮은 음성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난 얼굴이 붉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멋쩍게 웃으면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을 했고 그는 말을 이어갔다.

“와인모임은 이렇게 반가우신 분들이 오면 종종 하는 모임입니다. 여러 향이 나는 와인에 서로 길들여지고 그 맛에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죠. 포비님도 오늘 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 네. 전 와인을 자주 마시진 않아선지 아직 그 재미까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오늘 많이 알려주시면 제가 많이 배워보도록 할게요.”


분위기는 무르익어갔고 부부동반으로 왔었던 멤버들은 어느새 다 제각기 떨어져서 다른 배우자들과 섞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한껏 취했고 상기되어 마치 농익은 열매 같았다. 누군가 따주길 바라는 붉은 열매. 나도 모르게 조금 떨어진 채 그들을 바라봤고 다른 배우자들과 섞여있던 사람들은 그렇게 한두 커플 위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들 어디를 가는 거지. 위층엔 게스트룸들만 있던데. 조금 혼란스러운 내게 리치남편이 다가왔다. 그의 손은 어느새 내 허리로 내려와 있었고 내 허리는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뜨겁게 떨려왔다.


“포비님. 저희도 2층에 가서 얘기를 좀 더 나눠보면 어떨까요. 제가 포비님께서 와인에 길들여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맛을 알려드리고 싶군요. 포비님 남편도 제 와이프에 어느새 길들여져 가고 있는 것 같은데 포비님도 제게 한번 길들여져 보는 건 어떠실까요.”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무엇에 어떻게 길들여진다는것이지. 이게 무슨 말이지. 그 순간 남편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상기된 표정을 지은채 2층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그 뒤엔 미소 띤 리치언니가 따르고 있었다. 2층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지. 나 여기 뭐 하러 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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