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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bi미경 Sep 27. 2024

스와핑, 어떤 부부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


2층으로 올라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는 나를 본 리치남은 내 시야를 가리며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포비님, 저희 모임은 서로 얻을게 많은 모임입니다. 서로 갖고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나누고 그로 인해서 더욱 끈끈하고 친밀하게 모임을 이어나갈 수가 있죠. 약간의 선입견만 내려놓으신다면 더 편안하게 모임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아 저 지금 제 남편이 2층으로..”


그는 계속 내 시선과 말을 막으며 내게 더욱더 밀착해 왔다. 내 허리를 맴돌던 그의 손은 마치 뱀처럼 나를 휘감았고 와인 때문인지 가까이 다가온 그로 인해선지 뜨거워진 내 팔과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체취와 와인의 향기는 오묘하게 섞여서 내 코끝을 자극했고 그의 넓고 뜨거운 가슴에선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가 나를 흔들어댔다. 그냥 빠져들고 있었다. 나의 몸은 그가 하는 말에 순응하고 있었고 그가 이끄는 데로 몸이 맡겨지고 있었다. 내 팔을 더듬던 그의 손은 차츰 내려와 내 손위로 포개졌고 나를 부드럽게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서서히 내게로 몸을 숙였다. 약간은 거칠어진 그의 숨결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와인빛에 붉게 물든듯한 그의 입술이 내 입술 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 본능은 그를 깊숙이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 내 이성의 끈이 간신히 나를 붙들고 있었다.


“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전 이만 남편한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나는 간신히 그를 밀치며 2층을 향했고 리치남은 내 뒤를 바짝 쫓아왔다.     


“오빠! 오빠 어딨...?”

2층에서 나를 기다리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리치언니는 내 남편의 목을 휘감고 있었고 그들의 입술거리는 거의 1미리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숨이 멈출 것만 같았고 아무 말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난 그대로 뒤를 돌았고 내 뒤에 있던 리치남은 오묘한 미소를 지은채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너무 놀래지 마세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가장 좋은 것을 나누는 것뿐입니다. 싱긋”


우리의 목소리를 들은 남편은 갑자기 리치언니를 밀치며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고 리치언니는 나를 보고도 놀래기는커녕 한껏 달아오른 몸동작으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이 모임에서 나눈다는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그때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난 그대로 뛰쳐내려 왔다. 내 뒤를 남편이 나를 부르며 따라오는 것 같았지만 그 소리가 너무 아득하게 느껴졌다.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아이를 챙기는 소리가 방밖으로 들렸지만 나가볼 수가 없었다. 모든 게 어지러웠다. 내가 갔던 모임의 정체와 온 집안을 감싸던 끈적이던 기류, 그리고 2층에서 남편을 발견했을 때 들리는 다른 객실에서의 야릇했던 소리까지. 나는 어디선가 말로만 들었던 스와핑모임의 멤버가 돼있었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리치언니네 부부와 우린 맞교환 상대가 되어있었다. 남편에게 당당히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를 끌어들여서까지도 리치부부와 얽히려 했던 건 나였다. 리치남이 나를 보는 뜨거운 눈빛 또한 난 알고 있었지만 내심 그걸 더 즐기고 싶은 마음에 그들과의 자리를 피하지 않은 것도 나였다.     


“포비야.. 저.. 아까는 말이야..”

“어떻게 된 거야..? 그 모습은 뭐였어?”

“그게 내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그게...”

“오빠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언니 혼자 달아오른 거라고? 언니 혼자만 느꼈다기엔 너무 흥분되 있던데?”

“그 모임 자체가 처음부터 이상했잖아. 지금 내가 이런 말 하면 믿을 수 없겠지만 난 계속 자기를 데리고 나오고 싶었어. 리치녀도 말은 안 했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상했고 리치남편 역시 계속 자기한테 추근거린다는 거 느끼고 있었잖아. 우리 이제 그 사람들 만나지 말자. 포비야 아까는 정말 내가 원한게 아니었어.”


남편은 계속해서 사과를 했다. 난 화를 내면서도 사실 당당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리치남에게 끌리고 있었고 나 역시 그 오묘한 기류를 즐기고 있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었다. 난 어쩌면 그들처럼 스와핑이란 걸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야릇하고 시크릿 한 분위기에 나 역시 휩쓸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날 밤 난 찐득한 꿈을 꾸었다. 와인과 사람들과 그리고 리치남에게 둘러싸인 채 나는 그 모임에 깊숙이 빠져들어 있었다. 집안에선 온통 야릇한 신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고 나는 2층 객실 한가운데에 누운 채 리치남의 능수능란한 손길에 온몸이 녹아들며 길들여져 가고 있었다. 깨어나자 온몸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고 남편은 그대로 잠들어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건 도대체 무슨 감정인 걸까. 남편과는 다시는 리치부부와의 만남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내 호기심은 나를 자꾸 흔들어 댔다. 난 그대로 등을 돌렸다. 우리에게 아마도 크나큰 비밀이 생길 것 같았다.

스와핑. 어떤 부부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 당신 남편일 수도 당신 와이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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