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모녀지간
딸 아이는 일주일에 두 번 학교를 간다. 코로나 여파로 아직까지 주 2회 등교이다. 원래 혼자 등하교를 잘 하던 아이인데 꼭 나와 같이 가려고 한다. 집에서 학교까지 200m도 채 안 되는 거리인데 말이다. 엄마가 학교에 데려다 주고 하교할 때 정문 앞에서 기다려주는 게 제일 좋단다. 다른 친구들 엄마가 학교 앞에서 기다려주는 게 많이 부러웠나보다. 그래. 이러려고 육아휴직 썼지.
육아휴직에 들어간지 이제 보름이 지났다.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는 육아 휴직을 쓸 분위기가 아니었으나 시간이 흐르니 사용하는 직원이 많아졌다. 겉으로 말은 안 하지만 육아 휴직을 쓰지 않은 워킹맘들은 마음 한 켠에 휴직에 대한 고민이 많다. 나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망설이다 큰 결심을 하였다. 1년 동안 아이의 유년 시절을 오롯이 함께 보낸 다는 건 우리 모녀의 삶에 의미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자리를 비움으로서 일이 늘어나는 동료들도 내 결정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이와 갈등이 많을 거라고 귀띰을 해주었다. 육아휴직을 다녀온 사람들 뿐 아니라 남자 동료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그럴지 궁금했다.
다음 날 일어나서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10년이 넘게 반복된 삶도 이렇게 바뀔 수 있구나? 주중에 회사 일 아닌 다른 것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어색하기도 했다. 대신 육아휴직 취지에 맞게 아이와 보내는 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생활습관을 바로잡아 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우선 꼭 해야 할 일 목록을 정하고 그날 그것을 했을 때 칭찬스티커를 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 목록을 해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지 못하고 한 마디씩 던지곤 했다. 내 입은 계속 조잘거렸다. 책 세 권 읽었니? 영어 숙제 했니? 등등.. 회사에서 일하듯이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다. 육아휴직을 다녀온 직장 동료가 그런 말을 했다. 집에서 아이 대하기를 회사의 부하 직원 다루듯이 하는 자기를 발견하고 많이 반성했다고.
급기야 어제는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가 너무 화를 많이 낸다는 것이다. 이러려고 휴직을 낸 게 아닌데 아이에게 왜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 귀한 1년 동안 좋은 말만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 거 아니었나? 1년 동안에 무엇인가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지난 보름 바짝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던 내 모습이 스쳐갔다.
아이는 엄마가 하루 종일 같이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행복해하는 것 같다. 엄마가 계속 집에 있으니 좋냐고 물으면 “글쎄”라고 대답하긴 하지만 나를 꼭 데리고 다니려는 게 아직 엄마의 존재가 좋긴 한가보다. 더 커서 엄마와 안 논다고 하기 전에 같이 시간을 보내 보자며 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을 의미 있게 만드는 건 내 몫이다.
아이에게 화를 낸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다. 매일 울린다는 건 내 잘못이 크다. 관심은 갖되 현미경으로 관찰하지 말고 약간은 떨어져서 봐라 봐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도 나도 갑자기 변화된 환경에 서로 적응 중이다. 나도 엄마로서 내 모습에 너무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약간의 여유를 줘야 하겠다. 엄마 노릇 1년만 할 건 아니지 않은가? 어깨에 힘 좀 빼요! 스스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