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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하는 워킹맘 Jan 07. 2021

다이어트란? (내가 자주 쓰는 말에 대한 재정의)

또 먹어?” 새벽에 주방에서 견과류를 찾아서 먹고 있는 남편에게 내가 던진 말이다. 남편은 밤 늦게 냉장고를 찾아 헤매는 걸 좋아했다. 초원 속 하이에나 같던 남편인데 그래도 요즘 PT를 받으면서 먹을 것에 대한 통제가 잘 되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오늘 밤은 뭔가 허전한가 보다. 남편은 먹성이 좋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통통했다. 키가 178cm인데, 당시 몸무게가 85kg이었다.  다른 건 다 마음에 드는데 살 찐 게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살 5kg만 뺐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나에게 잘 보이려고 80kg까지 살을 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렇게 우리는 다이어트와 함께 했다. 


이후 의학 대학원 과정에서도 공부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다 보니 살이 100kg넘게 쪘다. 다행히 웨딩 촬영을 앞두고 살을 빼기 시작해 85kg까지 만들어 예쁘게 웨딩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는 동안 잘못된 식습관으로 다시 살이 찌기 시작했다. 밤 늦게 야식으로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 먹었는지 몸무게가 최대 108kg을 찍기도 했다. 108배도 아니고 왜 108kg일까? 항상 운동을 하고, 먹는 걸 조절하는 난 남편의 식습관과 운동 습관이 걱정스러웠다. 배 나온 의사를 누가 신뢰하겠냐는 생각에 살 빼라는 잔소리를 참 많이 했다. 그렇게 말해도 왜 못 뺄까 하는 생각에 실망스럽기도 했다.


이후에도 다이어트를 하였지만 요요로 다시 몸무게가 불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운동을 싫어하는 남편에게 운동을 강요할 수도 없고, 살 찌는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먹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PT를 등록해보자고 했다. 내가 먼저 헬스장에 가서 상담을 받고 남편을 데리고 갔다. 와이프 등살에 남편은 어렵게 시작을 했고, 며칠 후 나도 같이 PT를 받아 보기로 했다. 오랫동안 수영을 했는데, 코로나 이후 못하고 있었기에 새로운 대안처가 필요했다. 그렇게 시작한 PT에 남편이 변하고 있다. 빠지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몸무게가 6kg정도 줄었고, 이제 운동 재미도 슬슬 알아간다. 함께하는 트레이너가 있어서 같이 운동하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헬스장에서 멋진 근육을 뽐내는 트레이너를 보니 자극도 받나 보다. 와이프가 함께 운동 다니는 것도 너무 좋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다이어트는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활 습관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이다. 단순히 살만 뺀다면 한동안 뺄 수 있겠지만 다이어트 기간이 끝난 후 다시 심각한 요요로 몸이 커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활 습관이 건강하게 바뀐다면 다이어트는 절로 되고 유지도 가능하다. 좋은 생활 습관이란 주 4회 이상 운동하기, 밀가루, 튀긴 음식 자제하기, 일찍 자는 것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 습관을 3년은 유지해야 더 이상 요요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남편에게서 희망을 본다. 남편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지만 건강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의미가 없지 않은가? 사랑하는 남편이 지금 하고 있는 다이어트를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 갖기를 바래 본다. 새로운 습관으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이번에는 잔소리 대신 입을 닫고 조용히 지지하고 싶다. 남편 입이 심심할 때 먹을 하루 견과 주문해야지! 이번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이길 소망하며 난 쿠팡을 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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