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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거듭 거듭

함께 추락하기

by 딴짓

아가리를 벌려. 먹으라고. 삼키라고. 꿀떡꿀떡 삼키라고!


그것은 내 입을 찢을 듯이 벌리고는

뭔가를 콸콸콸 쏟아붓는

투박하고 커다란, 손이라기보다는 사람의 것이 아닌 무언가.

혹은 무자비하게 내 입에 쏟아지는 것.

문제에 문제, 문제에 문제를 거듭. 거듭. 거듭.


예상했던 문제는 대략 그렇고 그런 것.

열여섯에

열일곱에

열여덟 살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

책에서 보았고 누군가에게 들었고 인터넷에서 보았던 것.

뭐야 이게.

아니잖아. 이건 뭐냐고.

들어본 적 못했잖아. 말할 수 없잖아. 상의할 수 없잖아.


팔다리에 힘이 빠져

목소리가 작아져

소리는 어떻게 내더라?


내 몸의 경계가 어디였던가

버티고 서 있을 수는 없었나

스르륵 스르륵은 예쁜 말인데

스르륵스르륵 원래부터 뼈는 있었나 없었나

폭, 주저앉아 버렸어

가볍고 작게

물기는 없어 다 빠져나갔나 봐


그때 너에게 더 엄하게 대했어야 했을까

그때 너에게 더 다정하게 대해줘야 했을까

그때 너를 더 안아줘야 했을까

그때 너에게 엄마는 널 사랑해,라고

하고 하고 또 했어야 했을까

현관문 앞에서 매일 또 매일 안아줘야 했을까

그때 네 공부를 챙겨야 했을까

그때 너를 학원에 보내야 했을까

그때 좋은 담임을 만나게 했어야 했을까

그때 너를 전학시키지 말아야 했을까

그때 너를 그 학교에 보내지 말아야 했을까

그때 이사를 가지 말아야 했을까

그때 친구를 더 만들어줘야 했을까

그때 끝까지 축구를 시켜야 했을까

그때 내가 일을 하지 말아야 했을까

그때 내가 칼퇴를 해서 너를 더 잘 돌봐야 했을까

그때 둘째를 낳지 말았어야 했을까

너를 낳지 말아야 했을까

결혼을 하지 말아야 했을까


나는 끝까지 더 끝까지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너도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바닥은, 어디에

하늘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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